[제2022-15호] 북한의 ‘중앙은행 돈표’ 발행의 배경과 시사점: 개연적 추론

주제 : 통화 경제일반
북한경제연구실(02-759-5468) 2022.03.30 2501

지난해 9월경 북한당국이 중앙은행 돈표를 발행하였다는 소식이 국내매체를 통해 보도된 바 있다. 이후 돈표 발행의 목적과 배경에 대해 국내외 후속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으나 그 원인에 대해 외화부족 또는 조폐용 중국산 잉크와 종이 고갈 등으로 견해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본고는 북한의 지급결제 수단의 하나인 무현금행표의 기능에 주목하여 돈표 발행의 배경을 설명하고자 했다. 우선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현금유통에 차질이 발생하고 재정적자로 자금공급이 어려워진 북한당국이 무현금결제수단인 무현금행표의 기능을 이용하여 현금발행수요에 대비하려고 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즉 조선중앙은행이 추후 현금과 교환해 준다는 약속을 담보(지불담보)로 무현금결제수단의 하나인 무현금행표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돈표를 발행하고 이를 현금대용의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현금유통기능의 정상화를 도모하고자 한 것으로 보았다. 중앙은행 돈표는 중앙은행이 현금으로 교환해주기 전까지는 무현금행표와 마찬가지로 현금이 아닌 무현금결제수단이다.

 

다음으로 북한당국의 입장에서 물가에 영향을 주는 것은 현금유통이며 따라서 통화조절도 현금유통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을 근거로 무현금결제수단으로 기능하는 중앙은행 돈표를 임시 발행하여 유통시키더라도 물가상승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추론해 보았다. 더 나아가 돈표가 북한 중앙은행의 보증과 북한당국의 강제로 기업 간 자재거래의 결제수단으로 기능하면서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유보현금을 북한당국에 집중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이번 돈표 발행은 북한의 실물경제뿐만 아니라 현금유통(금융부문) 기능도 크게 악화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향후 현금유통 정상화 또는 재정수입 확충을 위해 여러 금융수단들이 동원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2020년에 보도된 것처럼 공채를 발행하거나 주민들이 보유한 외화를 흡수하기 위한 새로운 금융수단을 개발하거나 현금대신 카드사용을 의무화하는 등 다양한 수단들이 동원될 수 있다.

 

중앙은행 돈표가 북한당국의 의도대로 효과를 나타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의 현금유통 애로 타개라는 목적을 달성하려면 발행규모를 좀 더 늘려야 할 것으로 보이나 이 경우 주민들의 돈표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기업의 구매력을 저하시키는 문제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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