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우리나라 중앙은행으로서 통화신용정책의 효율적 수행을 통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2020년 우리 경제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대유행과 이로 인한 충격이 지속되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세계경제는 각국의 이동제한 조치와 교역감소로 유례 없는 수준으로 위축되었으며, 국내외 금융시장은 크게 동요하였습니다. 국내경제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장기화 등으로 민간소비 부진이 이어지면서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였습니다. 고용사정도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크게 악화되었습니다. 물가는 국제유가 하락, 수요 부진 등의 영향으로 0%대 중반의 낮은 오름세를 나타내었습니다.

  이러한 여건 하에서 한국은행은 금융시장 불안을 진정시키고 실물경제의 급격한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하여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용하였습니다. 기준금리를 3월과 5월 두 번에 걸쳐 0.75% 포인트 인하하여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로 낮추고, 국채매입 및 미 연준과의 통화스왑 체결 등을 통해 원화 및 외화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였습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중개지원대출 규모를 대폭 늘렸습니다. 또한 신용시장 안정을 위해 회사채·CP 매입기구에 자금을 지원하는 전례 없는 조치를 시행하였습니다. 아울러 가계 및 기업의 레버리지 확대,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쏠림 등 금융안정 리스크 증대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면서 정부 등 관계기관과 대응방향을 모색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한편 한국은행은 2015년에 착수한 차세대 한은금융망 구축사업을 완료하여 시스템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크게 제고하였습니다. 또한 미래의 지급결제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발행 기반이 되는 제도적 여건 및 기술적 실현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적극 수행하였습니다. 내부경영에서는 경제 패러다임의 급속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 중장기 발전전략(BOK2030)을 수립하여 구체적인 혁신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1년 우리 경제는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전개양상, 백신보급 상황 등에 따라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한국은행은 국내경제가 안정적인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될 때까지 완화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자산시장으로의 자금흐름 및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안정 상황 변화에도 계속 유의할 것입니다. 아울러 정책 운영여건 변화, 중앙은행의 역할 확대 논의 등에 대응하여 현행 통화정책 운영체계를 재점검하는 한편 정책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 데에도 꾸준히 힘써 나가겠습니다.

  금년 들어서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소비 위축, 생산활동 차질,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 금융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만큼 한국은행은 앞으로도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영하여 거시경제의 하방리스크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줄여 나갈 것입니다. 아울러 주택시장 상황, 가계대출 흐름 등 금융안정상황 변화에도 유의해 나갈 것입니다. 이와 함께 통화정책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더 큰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대국민 소통 강화에도 꾸준히 힘쓸 것입니다.

  이 연차보고서는 2020년 중 우리나라 금융경제 상황을 분석하고 한국은행의 업무와 경영 현황을 정리한 자료입니다. 아무쪼록 이 보고서가 국민 여러분께서 우리 경제와 한국은행의 업무를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2021년 3월              

한국은행 총재  이 주 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