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한국은행권

등록일
2007.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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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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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행 은행권 중앙은행 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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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권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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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한국은행권

우리나라의 유일한 법화인 한국은행권을 발행하고 있는 한국은행은 1950년 6월 12일에 설립되었다. 그당시 우리나라에는 일제시대때 중앙은행 역할을 수행하였던 조선은행이 발행한 조선은행권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었다. 한국은행은 조선은행권을 대체할 한국은행권을 발행해보지도 못한채 창립 13일만에 6.25 동란을 맞이하였다. 전쟁이 발발한 지 불과 3일만에 수도 서울이 함락됨에 따라 한국은행도 본점을 급히 대전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상황이 워낙 다급했기 때문에 한국은행 본점 금고에 보관하고 있던 금괴 일부와 조선은행권 일부를 대전으로 옮기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불과 40억圓의 현금만을 금고에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는 전시자금 수요 등을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였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6월 29일에 한국은행은 일본정부에 요청하여 일본대장성인쇄국에서 불과 10여일만에 최초의 한국은행권을 제조하게 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최초의 한국은행권은 1,000圓권과 100圓권 2종류였는데, 당시의 급박한 상황탓에 1,000圓권 도안소재로는 주일대표부가 소장하고 있던 이승만 대통령의 초상을, 100圓권 도안소재로는 주일대표부가 소장하고 있던 책자에 수록된 광화문 사진을 사용하였다. 그리고 최초의 한국은행권은 현용 한국은행권과는 달리 손으로 만져보면 돌출부위가 쉽게 느껴지는 요판인쇄(볼록인쇄)방식을 적용하지 않아 위조에 취약한 은행권이었다.
참고로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10,000원권의 경우 앞면에는 세종대왕 초상, 물시계, 문자와 숫자 등이, 뒷면에는 경회루, 한국은행 영문명칭(THE BANK OF KOREA), 일부 금액표시(10000WON), 채문문양 등이 요판으로 인쇄되어 있다. 특히 앞면 요판인쇄부위중 문자(“한국은행권”, “만원”, “한국은행”)와 우측하단 숫자(“10000”)는 깊게 요판조각이 되어 있어 손으로 만져볼 경우 쉽게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요판 인쇄판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우선 숙련된 전문조각가가 화폐에 인쇄되는 크기로 요판인쇄 부위를 수작업으로 강철판에 조각하는 절차가 필요한데, 이와 같은 강철판 조각작업에만도 수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에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새로운 화폐를 발행하려면 통상 1년 6개월 내외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런데 최초의 한국은행권을 불과 10여일만에 제조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의 급박한 사정을 감안하여 시간이 걸리는 요판인쇄방식을 활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었다. 이처럼 긴급하게 제조된 한국은행권은 1,000圓권이 152억圓, 100圓권이 2억 3천만圓이었다.
새로운 은행권은 1950년 7월 13일과 14일에 미군용기편으로 김해공항에 도착되어 7월 22일에 피난지 대구에서 최초로 발행되어 유통되기 시작하였다. 이후 북한군이 점령지역내에서 한국은행에서 약탈한 조선은행 1,000圓권을 불법발행하는 한편 조선은행 100圓권을 불법으로 인쇄하여 발행함으로써 경제를 교란시키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에 한국은행은 조선은행 100圓권의 유통을 정지시키고 1950. 9. 15일부터 1953. 1. 16일까지 5차에 걸쳐 한국은행권으로 교환하는 조치를 실시하였다.
방 이후 우리나라는 전쟁으로 인한 생산 위축과 거액의 군사비 지출로 물가가 1945~52년중 400배 이상 급등함에 따라 정부는 1953년 2월 화폐가치를 100분의 1로 낮추는 긴급통화조치를 실시하면서 새로운 화폐단위인 “?”을 도입하였다. 이에 따라 최초의 한국은행권도 그 역할을 다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후 우리나라는 1962년에 다시 한번 화폐가치를 10분의 1로 낮추고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원”으로 호칭하는 화폐를 발행하게 되었다. 따라서 최초의 한국은행 1,000圓권의 액면가치를 산술적으로 계산할 경우 현재의 1원에 해당된다. 한편 최초의 한국은행권은 액면가치와는 관계없이 보관상태가 아주 양호한 것은 수집가들 사이에 상당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보고 싶은 분들은 한국은행 본점의 화폐금융박물관을 방문하면 실물을 볼 수 있다.


최초의 한국은행, 1000원권, 100원권(앞,뒷면)


(발권정책팀 과장 김태형, 2004. 7. 8일 <한국일보> “화폐속세상”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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