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속 숫자의 의미 - 제조연도와 기번호

등록일
2021.04.09
조회수
18284
키워드
제조연도 기번호 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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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 속 숫자의 의미 - 제조연도와 기번호


 모두 한 번쯤은 특정한 연도의 동전을 찾아보거나, 번호순으로 지폐를 정리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화폐 속에 있는 이러한 표기는 금융통화위원회 규정인 발권규정 제3조에 의거한 것으로, 지폐인 한국은행권에는 ‘한국은행’이라는 문자, 총재의 인, 액면표시와 기번호를, 주화에는 ‘한국은행’이라는 문자, 액면표시와 제조연도를 각각 기재하도록 되어있다. 은행권과 주화 간 이러한 차이는 제조방식과 위변조 위험성의 차이에 따른 것이다. 


 인쇄 방식의 은행권과 달리, 주화는 도안이 새겨진 극인을 압인하여 제조하므로 매번 다른 기번호를 인각하기 어려우며, 크기도 작아 많은 정보를 넣기도 곤란하다. 그럼에도 주화에 제조연도를 기재하는 이유는 재고관리의 편의성 때문이며, 과거 금·은본위제 시기 제조연도에 따라 금·은의 함량이 달라져 이를 구별하기 위한 목적에서 유래하였다는 설도 있다. 또한 주화는 지폐와 달리 액면가치와 제조비용의 차이가 크지 않아 위변조 위험이 적기 때문에 복잡한 기번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 


 은행권 기번호란 은행권의 제조 일련번호로, 각 은행권에 유일하게 하나씩만 부여된다. 따라서 동일한 기번호의 은행권이 두 장이라면, 한 장은 반드시 위조지폐이다. 한국은행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위조지폐 기번호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권종별로 많이 발견되는 위폐의 기번호 목록도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다. 위폐 제작자는 정상화폐 1장을 여러 장으로 복제하여 제작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해당 기번호의 은행권을 가지고 있다면 위조지폐임을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위조지폐 기번호 검색 서비스 바로가기 


 그렇다면 은행권 기번호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은행권 기번호는 ‘알파벳 기호 2개 + 숫자 기호 1개 + 숫자 번호 6개 + 알파벳 기호 1개’의 순서로, 총 10자리의 문자로 이루어져 있다. 과거에는 알파벳이 아닌 한글 기호를 사용하였으나 2006년 이후 새 은행권을 발행하면서 해외에서의 원화사용 확대 추세, 동아시아 국가 사례 등을 고려하여 기호를 영어 알파벳으로 변경하였다.


  5만원권의 기번호 표기


 기번호의 부여는 제조순서에 따라 이루어져 가장 처음 발행되는 은행권이 ‘AA0000001A’이 된다. ‘AA0000000A’는 시중에는 없는 것으로 화폐도안 등 시제품 제조용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99만9,999번째 은행권인 ‘AA0999999A’ 다음 100만번째 은행권의 번호는 ‘AA1000000A’가 아닌 ‘AA0000000B’라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AA’다음의 숫자 ‘0’은 기호이기 때문이다. 또한 영문은 각각 C와 1과의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G와 I를 제외한 A부터 L까지, 총 10개의 알파벳을 사용한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은행권별로 총 99억 9,999만 9,999개의 기번호 부여가 가능하며, 마지막 기번호는 ‘LL999999L’이 된다. 5만원권을 예로 들자면, 2009년 발행 이후 2020년 말까지 총 24억 9천만장이 발행되어 전체 기번호의 약 25%를 사용한 셈이다. 화폐의 생애주기 상 발행 초기에 물량이 집중된다는 점과 화폐도안 변경주기가 10~20년임을 고려하였을 때 마지막 기번호를 가진 5만원권의 발행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기번호는 하나의 지폐당 하나씩 배정되어 유일하므로, 특이한 번호를 가진 지폐의 경우 비싼 가격에 수집되기도 한다. 주로 트리플A라고 불리는 발행초기의 번호,‘777777’과 같이 동일한 숫자의 반복 또는 ‘123456’과 같은 연속되는 숫자 배열이 나타나는 경우가 그 대상이다. 실제로 2009년 처음 발행된 5만원권의 경우 1~100번째 신권은 화폐박물관에 보관·전시되고, 101번부터 2만번째 신권은 인터넷 경매로 부쳐졌는데, 가장 빠른 101번이 액면가의 1,420배에 해당하는 7,100만원에 낙찰되었다. 이 때 경매로 얻은 수익금 6억 7,883만원은 모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되었다.


 주화도 매년 제조수량이 다르기 때문에 희소성이 높은 제조연도의 주화는 수집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일례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는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해 500원 주화가 대거 환수된 반면 발행량은 예년보다 대폭 축소되어 그 해 500원화는 제조량이 매우 적었다. 이로 인해 희소성이 높아진 1998년도 500원 주화는 현재 상당한 가격으로 거래된다고 한다. 이렇게 은행권과 주화가 수집된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화폐가 국민들에게 신뢰가 높고, 그 의미를 인정받고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신용카드나 각종 페이 사용이 잦아지면서 다들 현금을 꺼내는 일이 많지 않았을 텐데, 한 번쯤 지갑 속 화폐를 꺼내 그 안에 숨겨진 의미들과 발행기관의 고민을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어쩌면 그 속에서 행운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화폐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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