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은행권

등록일
2021.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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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은행권 도안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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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은행권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대한민국 국민의 자긍심을 드높였다. 기생충이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데 이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스카상까지 휩쓸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 부문에서의 오스카상에 못지않게 각 국가가 발행하는 화폐의 세계에도 오스카상이 있다. 바로 국제은행권협회(International Bank Note Society; IBNS)의 ‘올해의 은행권’상(Banknote of the Year Award)이다.

 국제은행권협회는 1961년 소수의 화폐 수집가들이 전 세계 은행권의 정보 공유 및 연구를 목적으로 설립한 단체이다. 현재 세계 26개 국가에 지부를 두고 있으며 2,000명 이상이 협회의 회원으로 속해있다. 협회의 회원들은 우편과 정기 간행물인 ‘International Bank Note Society Journal’을 통해 은행권의 도안, 역사, 기술, 거래처 등을 공유하며 화폐 세상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오고 있다. 물론 오늘날에는 웹사이트를 통한 정보 교류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국제은행권협회가 설립된 지는 반세기가 넘었지만 ‘올해의 은행권’을 선정해온 지는 채 20년이 되지 않았다. 2005년 동 협회는 이전 연도에 새로 발행·유통한 은행권 중 가장 훌륭한 은행권을 선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2004년부터 2018년까지의 올해의 은행권이 매년 선정되었고 현재 ‘2019년 올해의 은행권’ 선정 과정이 진행 중이다. 이 과정은 협회 회원들의 투표를 통해 진행되며 약 4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국제은행권협회의 회원은 모두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추천 마감 기한인 새해의 1월 말까지 추천하고자 하는 은행권을 그 추천 사유와 함께 올해의 은행권 위원회에 알리면 된다. 추천 기한이 끝나면 IBNS Journal 또는 협회 웹사이트에서 후보 리스트를 확인할 수 있다. 이후 협회의 회원은 각자 온라인 투표를 통해 은행권 후보작을 평가하고 1위부터 3위까지 순위를 매긴다. 주요 평가 요인으로는 예술적 가치, 창의적 디자인, 색상의 조화 그리고 위조방지 장치 등이 꼽힌다. 후보 은행권은 각 협회의 회원이 부여한 순위별로 1위는 3점, 2위 2점, 3위 1점의 점수를 획득한다. 투표를 통해 가장 높은 종합 점수를 받은 은행권은 새해 첫 이사회에서 올해의 은행권 선정 작품으로 공표된다.

 2019년에는 캐나다의 10달러짜리 폴리머 은행권이 열다섯 개의 후보를 제치고 ‘2018년 올해의 은행권’으로 선정되었다. 스위스 200프랑, 노르웨이 500크로네 등 쟁쟁한 후보들과의 최종 경합 끝에 최우수 은행권으로 선정된 것이다. 캐나다로서는 2004년 새로운 도안으로 발행된 캐나다 20달러가 올해의 은행권으로 뽑힌 이후 14년 만에 얻은 쾌거이다. 이로써 캐나다는 3번의 수상을 한 카자흐스탄과 스위스의 뒤를 이어 세 번째로 가장 많이 최우수 은행권을 발행한 국가가 되었다.


  

(좌: 캐나다 10달러 앞면, 우: 캐나다 10달러 뒷면)


 캐나다 10달러가 올해의 은행권으로 선정될 수 있었던 건 은행권 속에 담긴 예술적 가치, 훌륭한 디자인과 기술 덕분이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2016년 캐나다 10달러의 초상 인물을 선정하기 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공개 모집을 했다. 그 결과 여성 흑인 인권운동가 비올라 데스몬드(Viola Desmond)가 은행권 앞면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녀는 캐나다 은행권에 출연한 최초의 캐나다 여성이고 일반인이며 흑인 인권운동가이다. 캐나다가 무엇보다 인권을 존중하면서 사회의 다양성을 잘 포용하는 나라임을 대변한 것이다. 뒷면에는 캐나다 10달러의 발행 발표장소였던 캐나다 인권 박물관이 담겨 있다. 은행권 디자인과 제조 기술 또한 눈에 띈다. 일반 은행권과는 달리 세로 도안 디자인으로 제작되었으며 3D 단풍잎 등 최첨단 위조방지 장치가 도입되었다.

 사실 국제은행권협회에만 화폐 관련 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IACA(International Association of Currency Affairs)에서도 격년 단위로 우수한 화폐를 선정해오고 있다. 또한, 화폐 관련 컨퍼런스인 High Security Printing Asia에서도 보안기술이 뛰어난 은행권을 선정하는데 2018년에는 한국의 평창동계올림픽대회 기념 은행권(2천원권)이 상을 받은 바 있다. 이러한 분야별 상은 영화와 음악이 그렇듯 화폐가 지닌 가치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화폐의 색 조합과 재질의 촉감, 위조방지 장치 또한 나날이 발전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화폐는 앞으로도 날로 발전하는 예술 작품이 될 것이다. 2개월 뒤면 국제은행권협회가 선정한 2019년 올해의 은행권이 발표된다. 이전 수상작들과 비교해 얼마나 발전했는지가 관건이라는 점에서 자못 기대된다.


(화폐연구팀 조사역 임연빈)


※  본 기사는 한은소식 2020년 3월호에 기재된 내용으로 국제은행권협회(IBNS)는 2020년 4월 ‘2019년 올해의 은행권’으로 아루바의 100 플로린 은행권을 선정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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