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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평가

등록일
2023.10.30
조회수
33867
키워드
담당부서
통화정책국장 홍경식,
저자
정책총괄팀 과장 최인협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미 연준’)의 11월 FOMC 회의가 이번주(10.31~11.1일)에 개최될 예정이다. 최근 Jerome Powell 미 연준 의장(10.19일)이 “불확실성과 리스크 요인들을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결정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올해 FOMC 회의에서 투표권을 보유한 Lorie Logan 댈러스 연준 총재(10.9일)도 “기간 프리미엄 상승으로 인해 장기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추가 긴축 필요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미 연준의 주요 인사들이 11월 정책금리 동결을 시사하는 발언들을 연이어 내놓았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추가 금리 인상보다는 지난 9월 회의에서 제시한 고금리 장기화(high for longer), 즉 2024년말에도 5%대 정책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1]이 금번 회의에서 변화할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이하에서는 미 연준이 5%대의 높은 정책금리를 장기간 유지했던 1990년대 사례와 지난 9월 FOMC 이후 시장의 기대 변화를 바탕으로 현재 미 연준의 통화정책 스탠스를 평가해보고자 한다.


현재 미국의 통화정책 운용 여건은 1990년대 중반과 유사


현재 미국의 통화정책 운용 여건을 1990년대 이후 미 연준이 정책금리를 인상 국면에서 인하 국면으로 전환하였던 다섯 차례의 정책 전환기*와 비교해 보면, 5% 대의 높은 정책금리를 장기간 유지했던 1990년대 중반(②번 전환기)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 번 90.2 ~ 92.98.25 → 3.00%

번 95.3 ~ 98.116.00 → 4.75%

번 00.6 ~ 03.66.50 → 1.00%

    ④번 06.8 ~ 08.12월 5.25 → 0.25%

번 19.1 ~ 20.32.50 → 0.25%



우선 1990년대 이후의 다섯 차례 전환기 가운데 ①·③·④·⑤번 전환기에는 경제·금융 위기가 수반되면서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었고 이 과정에서 미 연준도 정책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빠르게 인하하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①번 전환기(1990년대 초반)에는 저축대부조합 부실화 사태[2]와 걸프 전쟁이 경기 침체의 단초를 제공하였으며 ③번 전환기는 IT버블 붕괴[3], ④번 전환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⑤번 전환기는 코로나19 사태가 각각 경기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로 인해 동 네 차례 전환기에는 물가 상승률이 빠르게 둔화되고 실업률은 가파르게 상승하였으며 미 연준은 이에 대응하여 정책금리를 빠른 속도로 상당폭 인하하였다[그림1·그림2 참조].

그림 1. 미국의 정책금리와 물가 상승률1)2)


주: 1) 23.4/4~24.4/4분기는 주요 투자은행(IB) 전망의 중간값

2) 회색 음영은 정책 전환기

3) 2012.1월 명시적으로 공표된 장기 물가목표(2%) 수준

자료: 미 연준, BLS, 투자은행

그림 2. 미국의 정책금리, 실업률 및 GDP성장률1)2)


주: 1) 23.4/4~24.4/4분기는 주요 투자은행(IB) 전망의 중간값

2) 회색 음영은 정책 전환기

3) 전년동기대비 기준

자료: 미 연준, BEA, BLS, 투자은행

이와 달리 ②번 전환기에는 경제 위기가 없었는데, 동 전환기의 미국 경제 상황과 미 연준의 통화정책 운용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1995년중 미국 경제는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는 가운데 성장률이 크게 하락하고 고용 여건이 악화되었으며, 이에 미 연준도 금리를 6.0%에서 5.25%로 낮추는 등 통화긴축 강도를 축소하였다. 하지만 1996년 들어 경기가 빠르게 개선되었고 1997~98년중에도 잠재수준을 상회하는 4%대의 성장세가 이어지고[4]실업률도 자연실업률 수준을 상당폭 하회하는 4%대 중반 수준을 나타내는[5] 등 양호한 경제상황이 지속되었다[그림2 참조]. 물가 상승률의 경우 둔화 흐름을 이어가긴 하였지만 둔화 속도가 매우 완만하였고 1998년까지도 2%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지속하였다[그림1 참조]. 이에 따라 미 연준도 1996년 이후에는 정책금리를 5.25% 수준에서 더 이상 인하하지 않았으며 1997년 3월에는 오히려 금리를 5.50%로 인상하였다. 이처럼 ②번 전환기에는 물가 상승률이 2%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가 늦춰지고 양호한 경제 상황이 이어짐에 따라 5%대의 높은 정책금리가 3년 이상 지속되었다.

내년 이후의 미국 경제 전망을 보면 ②번 전환기와 유사한 부분이 많이 있다. 우선 GDP 성장률이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GDP갭률이 플러스(+) 상태를 유지[6]하는 가운데 자연 실업률(4.0%) 내외의 낮은 실업률이 이어지는[7] 등 양호한 고용 상황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지난 1년간 가파르게 낮아져 왔던 미국의 물가 상승률도 내년부터는 둔화 속도가 완만해지면서 2025년 하반기에도 2%대 초반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주요 산유국의 감산 등으로 국제유가 수준이 당초 예상보다 높아진 데다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인해 국제유가 변동성도 크게 높아졌기 때문에 동 사태의 전개양상에 따라서는 미국 물가의 목표수준 수렴 시기가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물가와 고용 전망에 비추어보면 미 연준이 내년 이후 금리 인하를 시작하더라도 그 속도는 ②번 전환기와 같이 매우 완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시장 기대도 최근 빠르게 조정되는 모습


최근 시장도 미 연준의 정책금리 전망 변화에 맞춰 향후 금리경로에 대한 기대를 빠르게 조정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리콘 밸리 은행 예금인출 사태(이하 ‘SVB 사태’)가 발생했던 지난 3월에는 시장이 연준이 제시한 정책금리 경로를 믿지 않으면서 연준과 시장 기대 간 격차가 크게 확대되었었다. 2024년말 정책금리에 대해 미 연준은 3월 FOMC 회의에서 4.25~4.5%로 제시하였지만, 연방기금금리 선물에 반영된 시장 기대는 3% 수준에 머물렀다[그림3 참조]. 당시 시장에서는 SVB 사태로 인한 금융불안과 경기 위축 가능성[8] 등을 고려할 때 미 연준이 점도표(dot plot) 대로 정책을 운용해 나가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6월 이후에는 계속 상향조정되는 미 연준의 정책금리 전망에 맞추어 시장도 기대를 빠르게 조정하고 있다. 최근 연방기금금리 선물에 반영된 2024년말 정책금리 기대가 4.7~4.9% 수준에서 등락하는 등 미 연준이 제시한 5.0~5.25%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이 같은 시장의 기대 조정에 미국 국채공급 증가 우려가 더해지면서 5%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높아졌다[그림4 참조]. 이러한 시장의 빠른 기대 조정은 중소형은행 부문의 리스크가 완화된 가운데 앞서 언급한 내년 이후의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미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 3. 2024년말 정책금리에 대한 미 연준 전망1)과 시장 기대2)


주: 1) 점도표(dot plot)의 중위값(median) 기준

2) 연방기금금리 선물에 내재된 금리 기준

자료: 미 연준, Bloomberg

그림 4. 미 연준 정책금리와 미 국채금리


자료: 미 연준, Bloomberg



미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양상을 점검하면서 향후 정책 운용방향을 결정할 필요


국내 통화정책 운용 여건을 보면, 높아진 국제유가와 환율의 영향 등으로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앞서 기술한 미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와 최근 발생한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인해 물가 및 성장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 아직은 이 같은 요인들의 전개 양상과 그 영향을 예단하기 쉽지 않은 만큼 이번주 개최되는 FOMC 회의 결과,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계속 면밀히 점검하면서 앞으로의 통화정책 운용에 반영해 나갈 필요가 있겠다.


[1] 미 연준은 지난 9월 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5.5%(상단 기준, 이하 동일)에서 동결한 가운데 2024년말과 2025년말 정책금리 전망을 6월 대비 각각 0.5%p씩 상향조정된 5.25% 및 4.0%로 각각 제시하였다.

[2] 미국 저축대부조합(S&L, Savings & Loans Association)은 중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주택담보대출에 특화된 비영리 조합조직으로 변동금리 예금을 통해 조달한 단기 자금을 주택을 담보로 한 장기 고정금리 대출로 운용하였는데, 급격한 정책금리 인상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의 영향으로 상당수의 조합이 파산하였다.

[3] 2000년대 초반 IT부문 실적 악화와 관련 기업 주가의 고평가 인식이 확산하면서 나스닥지수가 고점대비 70% 이상 하락하는 등 주가가 급락하면서 경기가 위축되었다.

[4] 미국 GDP성장률은 96년 3.8%에서 97년 4.4%, 98년 4.5%로 확대되었다.

[5] 미국 의회예산처(CBO)에 따르면 1995~1998년 미국의 자연실업률이 5.3~5.4% 수준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실업률은 97년 초 5.3%에서 98년 말 4.4%로 하락하였다.

[6] IMF World Economic Outlook(2023년 10월)에 따르면 미국의 GDP갭률은 2023년 및 2024년 각각 +1.4%, +0.8%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미국 의회예산처(2023년 7월 기준)는 같은 기간 각각 –0.9%, –1.8%로 전망하는 등 GDP갭률 추정치에 대한 전망기관 간 편차가 크다는 점을 밝혀둔다.

[7] 2024년 미국 실업률을 IMF(WEO, 2023년 10월)는 3.8%로, 미 연준(SEP, 2023년 9월)은 4.1%(4/4분기 기준)로 각각 전망하고 있다.

[8] 미 연준은 3월 단기 경제전망(SEP)에서 2024년 성장률을 지난해 12월 대비 상당폭 하향조정(1.6%→1.2%)하는 한편 실업률의 경우 자연실업률을 상회하는 4%대 중반(4.6%) 수준을 유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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