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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노동 비축과 낮은 실업률

등록일
2024.01.25
조회수
27244
키워드
기업 노동 비축 낮은 실업률
담당부서
조사국 고용분석팀
저자
팀장 오삼일, 조사역 이하민

실업률 2022년 이후 3%를 밑도는 낮은 수준 지속


2022년 들어 3%를 밑돌기 시작한 실업률은 2023년 2/4분기와 3/4분기에는 2.6%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였다[1](<그림 1> 참조). 또한 최근의 실업률은 경기와의 관계를 감안할 때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지난 30여년 동안 성장률과 실업률 간 역의 관계(오쿤의 법칙)를 나타내는 <그림 2>를 보면 2022년 이후 붉은 점들이 추세선[2]좌측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 평균적인 관계에 비추어 볼 때 성장률 대비 실업률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장 둔화에도 실업률이 여전히 낮은 수준을 지속하는 원인으로 최근에는 인력난에 따른 기업의 노동 비축(labor hoarding)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3].

본 블로그에서는 오쿤의 법칙에 기반하여 최근의 실업률 수준을 평가하는 한편 성장률 대비 낮은 실업률의 원인으로 기업의 노동 비축 가능성을 점검해 보았다.

그림 1. 실업률1)


주: 1) 음영부분은 경기침체기

자료: 경제활동인구조사



그림 2. 오쿤의 법칙: 경제성장률 vs. 실업률1)2)3)


주: 1) 1990.1/4~2023.3/4분기. 점선은 추세선을 나타냄

2) 실업률과 GDP는 전년동기대비 증감(률)

3) 붉은점은 2022.1/4~2023.3/4분기

자료: 경제활동인구조사, 국민계정



최근 실업률은 오쿤의 법칙이 제시하는 실업률보다 1.2%p 낮은 수준


팬데믹 직전에 추정된 오쿤의 계수와 팬데믹 이후 실제 GDP 성장률을 이용하여 오쿤의 법칙을 토대로 추정한 실업률은 실제 실업률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그림3> 참조). 먼저, 팬데믹 초기(2020년) 성장이 감소하는 과정에서 실제 실업률은 소폭 상승에 그치며 오쿤의 법칙이 제시하는 수준과 큰 괴리를 보였다. 이는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 정책, 일시 휴직[4] 증가 등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성장세가 둔화된 2022년 이후에는 오쿤의 법칙에 기반한 실업률보다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그 격차는 지난해 1/4~3/4분기 중 1.2%p에 달하였다.


그림 3. 오쿤의 법칙에 기반한 실업률1)


주: 1) 팬데믹 직전(19.4/4분기)에 추정된 계수 활용

자료: 경제활동인구조사, 국민계정


이는 기업들이 생산량에 비해 근로자를 많이 고용하고 있음을 의미


기업들이 생산량 대비 많은 근로자를 비축하고 있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기업들이 인력난에 대한 우려로 기존 근로자들의 해고를 줄이면서 노동력을 비축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팬데믹을 거치며 노동생산성이 낮아져 더 많은 근로자가 필요할 수도 있다. 이후에는 기업의 노동 비축으로 논의를 좁혀, 그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신규채용의 어려움으로 인력난을 겪는 기업들은 해고(layoff) 대신 기존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조정하면서 경기둔화에 대응


사실 기업의 노동 비축 규모를 명확히 측정할 수 있는 지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신규채용 어려움에 따른 인력난, 신규 실업 감소, 기존 근로자의 근로시간 조정(감소)이 동시에 나타날 경우, 이는 기업의 노동 비축 현상을 설명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먼저 타이트한 노동시장으로 인해 기업들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신규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5](<그림 4> 참조). 신규채용의 어려움으로 인력난을 겪는 기업들은 기존인력을 최대한 보유하려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신규 실업이 크게 줄어들었다. 실제로 경기가 둔화된 2023년에도 제조업을 중심으로 신규 실업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그림 5> 참조). 한편 제조업의 초과근로시간은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그림 6> 참조). 이는 기업들이 고용조정 대신 근로시간을 조정하면서 경기 변화에 대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 그림4. 산업별 노동시장 tightness1)2)


    주: 1) tightness = 빈일자리율/실업률

    2) 산업별 실업자는 이전 직장 정보를 활용하여 식별

    자료: 경제활동인구조사, 사업체노동력조사

  • 그림5. 산업별 신규 실업자1)2)              


    주: 1) 신규 실업자는 구직기간이 1개월인 실업자

    2) 산업별 분류는 이전 직장 정보를 활용

    자료: 경제활동인구조사

  • 그림6. 산업별 초과근로시간1)2)              


    주: 1) 상용직 근로자 기준

    2) 월 근로시간

    자료: 사업체노동력조사



실업률 변동 요인분해 결과 해고 감소가 크게 기여


마지막으로 실업률 감소 요인을 실업으로의 유입(inflow, 취업→실업) 감소와 실업에서의 유출(outflow, 실업→취업) 증가로 나누어 분해(Shimer decomposition[6])해 보아도, 실업으로의 유입 감소에 따른 기여도가 훨씬 크게 나타났다. <그림 7>을 보면 취업→실업 전환율(실업으로의 유입)이 하락하고 실업→취업 전환율(실업에서의 유출)이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유입과 유출 모두 실업률 감소에 기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요인분해 결과 최근 실업률이 하락하는 동안 실업으로의 유입 감소의 기여도(92%)가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과거 평균 수준(71%)에 비해서도 높았다(<표 1> 참조). 이는 기업의 노동 비축에 따른 해고 감소가 실업률 하락의 주요 요인 중 하나임을 시사한다.


그림 7. 취업→실업, 실업→취업 전환율1)


주: 1) 취업, 실업을 고려한 2 states 모형(Shimer, 2012)

자료: 경제활동인구조사



표 1. 실업률 변동 요인 분해1)2)


주: 1) 전체기간은 00.1/4~23.4/4분기

2) 23.4/4분기는 23.10~11월 평균

자료: 경제활동인구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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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회복 과정에서 실업률이 큰 폭 하락한 것은 기본적으로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노동수요가 늘어난 데 기인하나, 인력난을 우려한 기업의 노동 비축 행태도 낮은 실업률이 유지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높아지면서 성장률과 실업률 간 괴리는 줄어들 전망이다.


[1] 실업자 분류기준이 ‘구직기간 1주’에서 ‘구직기간 4주’로 변경된 1999.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다.

[2] 추세선은 오쿤의 법칙이 제시하는 실업률 수준을 의미한다.

[3] 미국에서도 성장률 대비 낮은 실업률이 이어지면서 그 원인으로 노동 비축이 거론되고 있다(Leduc and Oliveira, 2023).

[4] 일시 휴직은 실업이 아닌 취업으로 분류된다. 한편 일시 휴직을 실업으로 분류한 보정 실업률은 팬데믹 초기 오쿤의 법칙에 기반한 실업률과 상당히 비슷한 추이를 나타낸다.

[5] 산업간 미스매치 심화도 인력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수민·이하민·오삼일(2023)에 따르면 최근 들어 산업별 미스매치 지수가 큰 폭 상승하였는데, 이는 노동공급이 빠르게 회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원하는 인력을 채용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임을 시사한다.

[6] 취업과 실업의 2가지 경제활동상태를 고려한 2 states 모형에 기반하였다(Shimer,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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