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왔습니다.

이게 뭐지? 중은이가 뭘 산건가?

다녀왔습니다

중은아! 잠깐 엄마 좀 보자.

네! 엄마 무슨 일 있으세요?

방금 택배가 왔는데 너 혹시 인터넷 쇼핑몰에서 뭘 산거니?

여름에 입을 반팔 티를 몇 개 샀어요. 인터넷으로 사면 매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되어 시간도 절약되고 가격도 저렴하다구요.

그렇지만 인터넷 쇼핑을 하다보면 인터넷 중독에 걸릴 수도 있고, 수시로 광고 팝업이 뜨기 때문에 계획하지 않은 물건도 사게 되며, 나쁜 사람들에게 사기를 당할 수도 있잖니?

전 널리 알려진 사이트에서 구입하고 있으니 걱정마세요. 요즘 유행하는 로고가 그려진 티인데 친구들이 다 입었길래 저도 몇장 샀어요.

몇장씩이나~

네. 3장 사면 할인도 되어 좋아하는 색깔별로 샀어요.

허걱~ 중은아! 혹시 이번달 용돈 얼마나 남았니?

한은이랑 간식 사먹고, 티 3장 사고, 음악 다운로드 이용권과 게임 아이템을 구입했더니 만원밖에 안남았어요.

아직 보름이나 남았는데 만원 가지고 어떻게 지내려고 그래?

앗! 다음주에 친구들이랑 놀이공원에 가기로 했는데 입장료도 부족하네. 엄마가 다음달 용돈 미리 주시면 안될까요? 정 안되면 한은이한테 빌리구요

엄마! 이제 곧 방학이니까 특별 용돈 좀 더 주시면 안될까요?

안되겠는데~ 엄마랑 합의해서 정한 한달치 용돈인데 네가 그렇게 계획없이 다 써버리면 어떡하니? 보름동안 남은 돈 갖고 잘 지내보렴.

어디 한번 입어보자. 어라. 뭐 이러냐? 사이즈가 왜 이렇게 꽉 끼지? 보던 거랑 색깔이 다르네. 어떡하지? 반품해야 하나. 어디 보자!

어때? 새로 산 옷은 맘에 드니?

아니요. 망했어요. 사이즈도 잘 안맞고, 색깔도 별로예요.

좀 더 신중히 살펴본 후에 사지 그랬니?

사이트에 올라온 이미지랑 구매후기 보고 산건데...

중은아! 이젠 너도 “소비교육”을 좀 받아야겠구나

소비교육이라구요? 물건을 사는데도 교육이 필요한가요?

그럼! 그동안 옷이나 네게 필요한 물건들을 엄마가 사주었었는데 이젠 너도 필요한 걸 직접 사기도 하니 합리적인 소비에 대해 알아야겠다.

며칠전 신문에 ‘청소년 소비 실태’ 관련된 기사가 실렸는데 청소년의 절반 가까이가 ‘과시소비형’이라고 하더라.

반면 돈에 대해 균형잡힌 생각을 가진 ‘건전소비형’은 1/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는구나. 우리 중은이는 어디에 속할까? 중은아! 너는 소비가 뭐라고 생각하니?

아이~ 엄마! 왜 그러세요? 소비는 원하는 걸 사는거잖아요?

50점!

왜요?

물론 소비란 네 말처럼 원하는 걸 사는 것이기도 하지만 현명한 소비란 필요한 걸 사는 것을 말한단다.

만일 어떤 물건을 구입해야 하는 경우 먼저 예산 범위내인지를 고려한 다음 결정해야 하며, 예산보다 큰 금액이지만 꼭 필요한 것이라면 엄마나 친구에게 일시적으로 빌려서 살 수도 있겠지.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리는 경우 다음달 용돈으로 갚고 나서 남은 돈으로만 지내야 하니까 괴로움을 겪게 되겠지? 또 못 갚으면 신용이 나빠질테고~

아~그렇군요.

자기의 수입은 고려하지 않고, 계획성 없이 남들이 갖고 있다고 모방하여 소비를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최근에 젊은 사람들 중에도 신용정보관리대상자가 늘고 있다는 얘기 들어본 적 있니?

네! 얼마안되는 금액인데 카드 대금을 돌려막기 하다가 결국 이자만 늘어나고 신용등급이 떨어져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되자

대부업체에서 비싼 이자로 돈을 빌려 고생하는 사람들 얘기 들은 적 있어요.

그래! 엄마는 기억력도 좋고, 성격도 좋고, 학교 공부도 성실히 하는 우리아들이 소비습관을 잘살펴서 계획성 있는 소비를 했으면 좋겠구나. 그렇게하려면 먼저 용돈관리를 꼼꼼하게 해야 할텐데...

얼마 안되는 제 용돈도 관리를 해야 한다구요?

그럼! 해야하고 말고. 우선 빈 노트에 줄을 그어 날짜, 적요, 수입, 지출, 잔액란을 만들어 보자꾸나.

맨 위에 이번달에 엄마가 준 용돈 금액을 수입란에 적고, 그 다음에 네가 지출한 내역을 날짜순으로 적어보렴. 이번에 구입한 티값도 적고.

티는 아무래도 반품을 해야겠어요. 엄마 말씀을 듣고 보니까 유행한다고 충동적으로 3장이나 산거며, 사이즈나 색깔을 꼼꼼하게 살피지 못한거며 반성할 점이 많아요.

그리고 아무래도 인터넷에서 쇼핑을 하다보면 많은 광고에 현혹되어 결국 덜 필요한 물건인데도 덜컥 사버리게되고 사기위험도 있으니 조심할께요

아까운 택배비 3천원을 물게 되었지만 다음부터는 이번 일을 교훈 삼아 갖고 싶다고 무작정 지르진 않을께요.

그래! 중은아! 그리고 용돈 노트 하단에 별도의 세 줄을 더 만들어 맨 윗줄에는 이번 달에 사야할 꼭 필요한 물품 목록을 적고, 둘째줄에는 반드시 필요하진 않지만 갖고 싶은 목록을 적어보렴.

맨 마지막줄에는 너의 결심 또는 교훈점을 적어놓으면 좋을 것 같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데요. 남들이 갖고 있는 걸 보았을 땐 저도 막 갖고 싶었지만 막상 사고 나서는 후회한 적도 여러번 있었어요.

용돈기입장을 작성해보면 충동구매나 과소비를 줄일 수 있게 되어 월말에 오히려 용돈이 남겠는걸요. 앗싸

호호! 우리 중은이 부자되겠는걸~ 중은아! 월말에 용돈이 남거들랑 용돈통장과는 별도로 꾸준히 저축할 수 있는 통장을 따로 만들렴. 차곡차곡

돈이 모이게 되고 이자가 붙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을거야. 모은 돈을 어디다 사용할지도 고민해보렴.

그리고 이번달 용돈지출내역을 참고해서 다음달부터는 월초에 용돈을 어디에 쓸지 계획을 세워 저축액을 미리 떼어놓는다면 더욱 좋겠지?

틈틈이 집안일을 도와주면 특별용돈도 더 주마.

우와~ 엄마! 당장 청소기를 돌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