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 이거 너무 하지 않니! 어떻게 한 대 맞았다고 넌 두 대 때리냐?

영재 : 네가 먼저 날 건드렸잖아!

선생님 : 그만들 좀 해라. 다음 테마관에 곧 도착하잖니.

경주, 영재 : 네.

경주 : 우와! 예쁘고 멋진 볼펜과 지우개가 정말 많이 있네. 여기 좀 봐. 품질 좋고 가격도 싸다고 적혀 있어.

영재 : 야, 진짜 예쁘다. 정말 좋은지 확인해 볼까?

선생님 : 그래. 혹시 모르니까 영재 말대로 한 번 확인해 보는 게 좋겠다.

영재 : 어, 이거 이상해! 볼펜이 부드러워야 하는데 뻑뻑하잖아.

경주 : 이 지우개는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어서 마음에 들었는데 깨끗하게 지워지지 않아. 뭐야! 광고와 전혀 다르잖아!

영재 : 확인 안 해 봤으면 큰일 날 뻔했어.

선생님 : 그래. 네 말이 맞아. 겉만 화려했지 품질이 엉망이구나. 이런 걸 빛 좋은 개살구라고 하는 거야.

영재 : 빛 좋은 개살구! 저도 그 말을 들어 본 적 있어요. 우리 할머니가 많이 쓰셨어요. 겉모양만 그럴 듯하고 실속이 없을 때 쓰는 말이라고 하셨는데···, 맞죠? 선생님?

선생님 : 오! 영재! 대단한데.

경주 : 아, 그래서 예쁘고 멋진 물건이지만 품질이 좋지 않은 경우에 쓰는 말이군요.

선생님 : 그렇지!

경주 : 선생님! 여기에 좋다고 광고까지 되어 있는데···. 이건 소비자를 속이는 거 아니에요?

선생님 : 음, 이것이 바로 정보 비대칭에서 오는 문제라고 할 수 있지. 정보 비대칭이란 수요자와 공급자 양쪽의 정보가 같지 않은 상황을 말하는 거야.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은 파는 사람보다 그 물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잖아. 정보를 많이 가진 공급자가 물건을 사려는 수요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숨길 수 있겠지. 여기서 문제가 생긴 거지.

경주 : 우리처럼 정보가 부족하면 모른 채 물건을 살 수 있잖아요?

선생님 : 그렇기 때문에 물건을 살 때는 품질이나 성능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가격도 비교해 봐야 하는 거지.

영재 : 조금 전 저희가 문구를 직접 써 보면서 품질을 확인한 것은 정말 잘한 거네요.

선생님 : 그렇지, 정말 잘했어. 이렇게 정보 비대칭이 있으면 너희들이 물건을 사지 않은 것처럼 자원이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또 정보 비대칭을 바로 잡으려면 다른 자원을 추가로 들여야 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낭비가 생기지.

경주 : 선생님! 다리도 아프고 힘든데 저기 소파에서 조금 쉬었으면 좋겠어요.

선생님 : 그래, 나도 힘들구나. 조금 쉬었다 가도록 하자.

경주 : 아, 참! 선생님, 며칠 전에 그 뉴스 보셨어요?

선생님 : 무슨 뉴스?

경주 : 서울의 한 건물에서 불이 크게 났잖아요. 그 불 난 곳이 저희 동네거든요.

선생님 : 그래! 그 사건 굉장했지.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은 사람도 있다면서?

경주 : 네, 많이 안타까웠어요. 그런데 저희 엄마가 말씀하셨는데요. 그 건물 주인이 화재보험을 들고 나서 소방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데요. 그래도 되는 거예요?

선생님 : 음, 그 건물 주인은 어차피 화재보험에 들어 있어 만약 불이 나면 화재보험 회사에서 보상을 해주니까 화재 예방 노력을 소홀히 한 거지.

경주 : 아, 그랬구나!

선생님 : 이런 경우가 도덕적 해이의 한 예라고 할 수 있지.

영재 : 선생님! 도덕적 해이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선생님 : 도덕적 해이는 본인-대리인 관계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본인-대리인 관계란 어떤 일을 직접 할 수 없어 전문적으로 잘 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기는 경우를 말해.

영재 : 일을 맡기는 사람을 본인이라 하고, 대신 일해 주는 사람을 대리인이라고 하겠네요?

선생님 : 그래. 도덕적 해이란 결론적으로 말해 본인-대리인 관계에서 본인이 대리인의 행동을 일일이 감시하지 못하는 상황을 이용해, 즉 정보 비대칭인 것을 이용해서 대리인이 자신의 이익을 좇아 행동하는 현상을 말한단다.

경주 : 그렇다면 선생님! 이런 도덕적 해이의 예가 우리 주변에 많이 있습니까?

선생님 : 어! 잠깐···. 저 뉴스 좀 보고, 잠깐···.

아나운서 : 경제 뉴스입니다. 유명 기업체 00실업의 000 회장이 무리한 사업 확장을 하다 결국 부도를 냈습니다. 현재, 000 회장은 잠적한 상태인데요···.

선생님 : 방금 전에 무슨 얘기했지?

경주 : 우리 주변에서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나느냐고 여쭤 봤어요.

선생님 : 방금 전 뉴스도 바로 도덕적 해이의 하나야. 회장은 주주들을 위하여 착실하게 경영하여 이윤을 많이 내야 함에도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해 결국 부도를 낸 거지.

영재 : 그러니까 이 경우도 정보 비대칭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도덕적 해이를 일으킨 거네요.

선생님 :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이 밖에도 고용주가 근로자의 행동을 완벽하게 감시할 수 없기 때문에 근로자가 직무를 게을리하는 경우라든지 등등 도덕적 해이의 예는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지.

영재 : 선생님, 그러면 이런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선생님 : 물론 있지. 사람이나 집단 간에 이해가 서로 달라서 생기는 정보 비대칭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조금 노력하면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단다.

경주 : 어떻게요? 네?

선생님 : 왜 이리 성급하니? 그러니까···, 뉴스에 나온 회장의 경우 회장에게 보수의 일부로서 자기 회사 주식을 낮은 가격에 사서 주가가 오르면 되팔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스스로 경영을 잘하여 주식 가격을 높일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야.

경주 : 그럼 아까 그 보험회사와 건물주인은 어떻게 해요?

선생님 : 보험회사가 계약할 때 건물주인에게 소방설비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거나, 화재 발생 시 손실의 일부를 건물주인에게 부담시키는 방법 등을 쓰면 되겠지.

영재 : 아, 그렇겠네요. 선생님! 도덕적 해이를 해결하는 일반적인 방법을 설명해 주세요.

선생님 : 도덕적 해이의 해결 방법! 넘버 원! 대리인의 노력을 보수 등과 연결하여 계약을 성실하게 이행한 뒤에 인센티브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아. 도덕적 해이의 해결 방법! 넘버 투! 사회 구성원의 도덕성을 높이는 한편 감시·감독, 사후보증서 등으로 정보가 투명하고 부족하지 않도록 사회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필요해. 이제 도덕적 해이의 해결방법을 잘 알았겠지?

경주 : 당연하죠. 저흰 얼마 후엔 주니어 명예 경제 가이드가 될 사람들이라고요.

선생님 : 요 녀석들이···. 그러지 말고 가서 도장이나 받으시지요?

영재 : 아 맞다! 이제 2개만 더 받으면 우리는 명예 경제 가이드가 되는 거야.

경주 : 으흐흐, 선생님, 얼른 서둘러요. 이렇게 느긋할 때가 아니라니까요.

선생님 : 뭐야! 아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