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와 2차전지를 생산하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미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전기차 배터리셀 공장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발표[1]하였다. 요즘 들어 부쩍 이와 같은 우리 기업들의 해외진출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된다. 기업들이 외국에 해외법인을 직접 세우거나 외국기업의 경영에 참여하기 위해 해당 기업 주식을 10% 이상 취득하는 투자를 해외직접투자라고 한다. 본 블로그에서는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가 최근 크게 늘어나는 이유와 이러한 투자 증가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외환부문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해외 대체투자 확대, 미·중 경제분쟁 대응, 핵심기술 확보 노력 등이 해외직접투자 증가요인으로 작용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간 200~300억달러 규모로 완만한 증가세를 나타내다가 2020년에는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투자심리 위축 영향으로 일시 둔화되었다. 그러나 2021년 해외직접투자 금액이 494억달러로 급증한 데 이어 2022년에는 사상 최대치인 502억달러를 기록하였다. 업종별로 보면 금융·보험업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늘어났고, 지역별로는 미국 등 북미지역에 대한 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그림 1. 해외직접투자 추이1)
주: 1) 수익재투자 제외
자료: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그림 2. 업종별, 지역별 해외직접투자1)
업종별 지역별
주: 1) 순투자액 기준
자료: 한국수출입은행 해외투자통계
최근 국내 해외직접투자 확대는 연기금, 금융기관 등의 해외 대체자산 투자[2]증가, 미·중 경제분쟁 심화, 기업들의 신기술 확보 경쟁 등 국내외 금융환경과 통상정책의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먼저 해외 대체자산 투자는 연기금의 적립금 증가, 대체투자형 펀드로의 자금유입이 지속되는 가운데 보다 높은 수익률 추구,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을 위해 부동산, 인프라 등에 대한 투자규모가 큰 폭 증가하였다. 해외 대체자산 투자는 특수목적회사[3](SPC)를 경유하는 구조가 일반적인데, 동 SPC는 자본시장이 발달한 선진국에 주로 설립되며 이에 따라 북미, 유럽 등의 금융보험업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다음, 미·중 경제분쟁,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 등으로 현지시장 진출 목적의 제조업 해외직접투자가 증가하였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4](Inflation Reduction Act, 2022.8.16일 발효) 등을 입법화하며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는 동시에 미국으로의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2차전지, 자동차 산업 기업을 중심으로 미국 등에 생산기지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들의 미래 신성장산업내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해외직접투자 확대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들 투자는 핵심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 등에 대한 투자가 주를 이루고 있어 기술혁신을 선도하고 있는 선진국에 대한 투자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림 3. 유형별1) 펀드 순유입
주: 1) 증권형은 주식·채권 등, 대체투자는 부동산·인프라 등, 기타는 재간접 등
자료: 금융투자협회
그림 4. 신기술 확보 목적의 해외직접투자1)
주: 1) 제조업 기준
자료: 한국수출입은행 해외투자통계
해외직접투자 증가는 외환 수요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
해외직접투자를 위한 외화자금 조달방법은 투자주체별로 상이하다. 수출로 벌어들이는 외화수입이 많은 주요 수출기업은 수출대금을 해외직접투자 재원으로 사용한다. 반면 영업을 통한 외화자금 획득이 적은 수입위주 기업과 내수기업은 현물환 매입[5], 외화대출 등을 통해 투자재원을 충당한다. 아울러 연기금, 금융기관 등은 연금수입, 펀드자금 유입 등으로 들어온 원화자금을 현물환시장과 외환파생상품시장에서 외화로 교환한 후 해외직접투자를 실시한다.
기업의 해외직접투자가 증가하면서 현물환시장에서 기업부문 외환순공급 규모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의 수출입 거래를 통한 외환공급인 상품수지는 2015~18년중 평균 1,151억달러를 나타내며 국내 외환시장 및 외화자금시장에서 외화유동성을 풍부하게 만드는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나 2019년 이후 기업의 수출입 거래를 통한 외화자금 수령액은 줄어든 반면 해외 직접투자로 인한 기업의 외화자금 지출은 크게 증가하였다. 이와 함께 연기금과 금융기관의 해외 대체자산 투자 증가도 외환시장에서 외화수요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외로부터 받는 배당소득 증가 등으로 직접투자 소득수지는 점차 개선
해외직접투자가 증가하면서 직접투자 소득수지가 점차 개선되고 있다. 즉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에 직접투자하여 벌어들인 배당금 및 이자 소득이 우리가 외국인에게 지급한 금액보다 더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에 처음으로 직접투자 소득수지가 49억달러 흑자를 나타내었으나 이후 흑자폭이 축소되면서 2018년에는 적자로 전환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2019년부터 다시 흑자를 나타내기 시작하여 2022년에는 흑자규모가 118억달러를 기록하였다. 이는 해외직접투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현지법인의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개선[6]되면서 현지법인으로부터의 배당금 및 이자 수입이 늘어난 데 주로 기인한다.
특히 금년부터 국내기업이 해외자회사로부터 수령하는 배당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부여[7]함에 따라 해외 유보소득중 일부가 국내로 유입되고 있어 국내 외환부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년 1~3월중 직접투자 배당금 수입은 103억달러 유입되었으며 이는 지난해 전체 유입액(120억달러)과 비슷한 규모이다.
그림 5. 상품수지 및 해외직접투자1)
주: 1) 수익재투자 제외
자료: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그림 6. 직접투자 소득수지1)
주: 1) 재투자수익 포함
자료: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해외직접투자 증가세 지속에 대비한 외환부문의 리스크 관리가 긴요
요약하면, 최근 해외직접투자 확대는 상당부분 기업들이 국내외 경제 상황과 통상정책 변화에 대응하여 현지투자를 늘리는 동시에 신기술 확보 노력 등을 펼친 데 주로 기인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성장에 밑거름이 되는 한편 해외직접투자로 축적된 순대외금융자산이 소득수지로 환류되면서 향후 경상수지 흑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현재 국내 외환부문 상황을 고려하면 해외직접투자 증가세가 외환수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유의할 필요가 있다. 미·중 경제분쟁 지속, 첨단산업의 경쟁 가속화 등으로 앞으로도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가 지속되고 국내 주요 연기금도 해외 대체투자 비중을 해외 연기금 수준까지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상거래를 통한 외환유입의 강도는 약해지는 반면 해외직접투자 증가에 따른 외환유출은 늘어나면서 외환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기업의 투자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실물부문에서의 외환수급 변동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므로 인센티브 등을 통해 해외직접투자 증가가 외환수급에 미치는 영향을 조정해 나가는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기업들이 현물환시장이 아닌 해외증권 발행, 현지금융 등을 통한 자금조달을 늘리도록 유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외국인이 체감할 수 있는 국내 투자환경 개선 등을 통해 외국인의 국내 직접·증권투자 자금유입을 확대시켜 나가는 노력도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1] 현대자동차그룹은 국내 2차전지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미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하여 배터리 공장을 설립할 계획을 발표하였다(연합인포맥스, 23.5.26일 등)
[2]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전통적인 투자 상품이 아닌 다른 대상에 투자하는 방식을 말하며, 투자대상은 부동산, 인프라, 사모투자 등 다양하다.
[3] 투자자는 해외SPC(Special Purpose Company)가 발행한 주식 등을 매입하고 동 SPC가 현지의 최종 투자대상(부동산, 인프라 등)에 투자한다. 이때 투자자의 SPC 투자지분이 10%를 초과할 경우 해외직접투자로 분류된다.
[4] 기후위기, 서민의료 지원 등에 재원을 집중투자하여 물가를 억제한다는 취지이나 법안 내용중에는 배터리 핵심광물 및 부품을 미국(또는 미국의 FTA 체결국)에서 조달하도록 하고 전기차의 최종 조립이 북미에서 이루어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5] 현물환 거래는 통상 외환거래 계약일로부터 2영업일 이내에 외환의 인수도와 결제가 이루어지는 거래를 말하며, 예를 들어 원/달러 현물환 거래는 원화를 매개로 달러를 수취·지급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현물환 매입은 원화를 지급하고 달러 등 외화를 수취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6] 해외 현지법인의 영업이익률은 2018년 3.1%에서 2021년 4.9%로 상승하였다. (수출입은행, 「2021 회계연도 해외직접투자 경영분석」, 22.12월)
[7] 금년 1.1일부터 국내로 유입되는 해외자회사 배당소득의 95%를 비과세(기존에는 현지 납부세액 공제후 과세)하고, 면세대상 자회사의 기준을 기존의 지분율 25% 이상에서 10% 이상으로 완화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