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외화 Liquidity Coverage Ratio, 이하 ‘외화LCR’)이란?
외화LCR은 ‘시스템위기’ 상황에서 30일간의 외화순현금유출액(이하 ‘순현금유출액’)을 감내할 수 있는 외화 고유동성자산(이하 ‘고유동성자산’)의 비율로서 은행의 외화유동성 충격에 대한 대응능력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규제지표이다. 구체적으로 아래의 산식으로 계산되는데 분자인 고유동성자산은 현금, 지급준비금, 고신용채권에 대해 신용등급・발행주체별로 적용비율을 차등 반영하며, 분모인 순현금유출액(현금유출액 – 현금유입액)은 조달 및 운용 항목별 적용비율을 차등 반영하여 산출된다[1].
외화LCR은 2015년부터 모니터링 지표로 활용되다가 2017년 정식 도입되었다. 도입 이후 규제비율이 점진적으로 상향되어 2019년부터 80%로 적용되었다[2]. 팬데믹 초기에는 은행들의 외화유동성 사정이 악화됨에 따라 2020년 3월 규제비율이 10%p 하향 조정된 70%로 적용되었다가 2022년 7월 당초 수준인 80%로 환원되었다. (표 1 참조)
표 1. 외화LCR 규제비율 조정 추이
시기 |
'15.1월 |
'17.1월 |
'18.1월 |
'19.1월 |
'20.3월 |
'22.7월 |
|
(모니터링) |
(규제 적용) |
일반은행1) |
40% |
60% |
70% |
80% |
70% |
80% |
특수은행2) |
30% |
40% |
60% |
80% |
70% |
80% |
주: 1) 외화부채 규모 5억달러 이하 은행 적용 제외
2) 수출입은행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
은행의 자금 조달과 운용 변동은 외화LCR에 영향을 미침
은행은 외화예수금, 외화차입금, 외화채권 발행 등으로 외화자금을 조달하여 외화증권, 타 은행에 대한 외화예치금 및 대출, 기업 외화대출, 무역금융 등으로 운용한다. 이와 같은 은행의 일상적 외화자금 조달의 규모, 구성과 자금운용의 변동은 외화LCR에 영향을 미친다. 은행은 외화예수금이 변동하거나 외화차입 또는 외화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에 변화가 생기면 이에 맞추어 외화LCR의 변화도 고려하여 자산구성을 변경한다. 한편, 외화자금 조달여건에 변화가 없더라도 은행이 외화자금을 적극 운용할 경우 외화LCR이 하락할 수 있으므로 동 지표의 하락이 반드시 은행 외화자금사정의 악화를 의미하지 않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3].
외화LCR은 2022년중 빠르게 상승하였다가 2023년 들어 하락
국내은행의 외화LCR은 2022년중 빠르게 상승한 후 2023년 들어 상당폭 하락하였다. 외화LCR은 2022년 11월 142.6%까지 상승하여 제도 도입(201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였다가 금년 4월 124.7%로 상당폭 하락하였다. 2022년중 외화LCR의 상승은 고유동산자산 보유 확대(분자 요인)에, 2023년중 하락은 순현금유출액 증가(분모 요인)에 주로 기인한다. 이하에서는 외화LCR의 변동요인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림 1. 국내은행의 외화LCR 추이
자료: 금융감독원
그림 2. 고유동성자산 및 순현금유출액
자료: 금융감독원
2022년중 외화LCR 상승은 외화채권 발행과 외화예금 급증 등으로 늘어난 외화자금으로 고유동성자산 규모(분자)를 확대한 데 주로 기인
국내은행은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비하기 위해 2021년에 이어 2022년 상반기까지 외화채권 발행을 선제적으로 크게 늘렸다. (그림 3 참조) 더불어 2022년 하반기 들어서는 미 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 등에 따른 외화예금 금리의 빠른 상승,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 확대 등으로 기업의 외화예금이 달러화를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였다. (그림 4 참조) 이로 인해 은행의 외화유동성은 여유로운 편이었다.
그림 3. 국내은행의 외화채권 순발행
자료: 블룸버그
그림 4. 달러화예금과 금리
자료: 외환전산망, 하나은행
국내은행은 이와 같이 풍부한 유동성으로 주로 고유동성자산인 주요국 국채 투자와 지급준비금 예치를 크게 확대하였다. 이에 따라 2022년중 국내은행의 외화자산이 전년대비 +267억달러 증가(+14%)한 가운데 고유동성자산은 +77억달러 증가(+22%)하여 전체 외화자산 증가율을 상회하였다. 이와 같은 고유동성자산의 증가는 아래 (예)와 같이 외화LCR을 상승시킨다. (표 2 참조)
표 2. 자금조달(외화채권, 외화예금) 및 고유동성자산 확대에 의한 외화LCR 상승(예)
국내은행이 고유동성자산을 크게 늘린 것은 외화LCR 제고 뿐만 아니라 안전성, 수익성의 제고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미 연준 지급준비금의 경우 외화콜론 등으로 운용하는 것과 비슷한 이자를 수취할 수 있는데다 신용도가 높아 국내은행이 외화자금을 연준의 지급준비금으로 운용할 유인이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2023년중 외화LCR 하락은 외화예금 감소에 타 기관 외화예치금 인출 등으로
대응하여 순현금유출액(분모)이 증가한 데 주로 기인
2023년 들어 원/달러 환율의 상승기조가 완화되고 미 달러화 강세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의 외화예금 인출이 증가했다(그림 4 참조). 또한 3월 SVB, CS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은행들의 외화채권 순발행(‘23.1~4월중 +3억달러)이 크게 줄어들어 국내은행은 외화자산을 축소해야 했고 이에 타 기관 외화예치금 회수 등으로 대응하였다.
이와 같은 타 기관 외화예치금 회수 등은 향후 30일이내 현금유입액을 감소시켜 순현금유출액(외화LCR 산식의 분모)을 증가시킴에 따라 아래 (예)와 같이 외화LCR 하락요인으로 작용하였다. (표 3 참조)
표 3. 외화예금 인출 및 타기관 외화예치금 감소에 의한 외화LCR 하락(예)
한편 국내은행들은 고유동성자산을 처분하지는 않았다. 이는 국내은행이 외화자산을 줄여야하는 상황에서 외화예치금 인출 등으로 대응하는 것이 수익성, 안전성의 측면에서 유리했기 때문이다. 국내은행 고유동성자산중 상당 규모의 외화채권은 금리가 최근보다 낮은 시기에 매입한 것으로 채권금리가 높아진 시점에 동 채권을 매도할 경우 손실이 크게 발생할 수 있었다. 또한 높은 안전성에 비슷한 이자를 수취할 수 있는 미 연준 지급준비금보다는 타 기관 외화예치금을 줄이는 것이 유리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림 5. 미국채 금리 추이
자료: 블룸버그
금년중 외화LCR이 하락하였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금년중 외화LCR 하락이 외화유동성 악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님
국내은행의 외화LCR은 금년 들어 하락하였지만 규제기준(80%)과 예년 평균(2019~2021년중 115.2%)을 크게 상회하는 등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와 같은 높은 외화LCR은 금융불안에 대비한 외화자금 선확보 노력과 이에 따른 국내은행의 외화유동성 증가에 상당부분 기인하였다. 한편 금년중 외화LCR의 하락은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완화되는 과정에서 국내은행의 자금 조달 및 운용이 조정된 결과이다. 향후 우리나라의 외환시장이 안정적인 모습을 지속할 경우 금년과 같이 외화예금 감소 등으로 외화LCR이 하락할 수 있으나, 이 상황이 은행의 외화유동성 악화를 의미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겠다.
[1] 산식을 적용할 때 고유동성자산, 현금유출액, 현금유입액은 각각의 세부 항목별로 적용비율이 상이하다. 고유동성자산의 경우 미 국채, 중앙은행 지급준비금은 100%를 반영하는 한편 신용등급이 AA 이하인 국채 등의 경우에는 50~85%를 반영한다. 현금유출액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조달한 차입금의 경우에는 100%를 적용하는 반면 예금은 5~40%를 반영한다. 현금유입액의 경우에는 금융기관 예치금 등은 100%를 적용하는 반면 개인 등에 대출한 금액은 0~50%를 반영한다.
[2] 2023년 4월 현재 외화LCR 적용대상기관은 총 14개 국내은행이다.
[3] 예를 들어 고유동성 자산 300, 현금유출액 400, 현금유입액 200을 보유한 은행이 만기 30일 미만 타기관 외화예치금 100을 인출하여 만기 30일 초과 기업 외화대출로 운용할 경우 외화LCR은 150%(={300/(400-200)}×100)에서 100%(={300/(400-100)×100}로 하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