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공급: 한국은 빠른 회복, 미국은 회복 부진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은 팬데믹 이후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실업률이 하락하고 취업자수가 늘어나면서 노동시장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경제활동참가율로 대변되는 노동공급의 경우에는 국가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경제활동참가율이란 15세 이상 인구(생산가능인구) 중 일을 하거나(취업자)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사람(실업자)의 비중을 나타낸다. 따라서 경제활동참가율이 높다는 것은 노동공급이 많음을 의미한다. <그림 1>을 보면, 한국은 경제활동참가율이 팬데믹 직후 큰 폭으로 감소하였으나 이후 빠르게 회복한(+0.4%p) 반면, 미국의 경우 경제활동참가율이 아직까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1.0%p).
미국의 경우 노동공급이 부족한 현상(labor shortage)이 팬데믹 발생 이후 3년이 넘게 지속되면서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인 경기변동의 영향, 즉 경기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 인구구조의 변화와 같은 장기 시계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1].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본 Blog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노동공급 회복 차이를 경기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으로 분해하여 살펴보았다[2].
그림 1. 경제활동참가율
자료: 경제활동인구조사, BLS
노동공급 회복 차이는 구조적 요인에 기인
경제활동참가율 변화를 경기적 요인에 따른 부분과 구조적 요인에 따른 부분으로 분해하기 위해 최근 문헌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는 유량 모형[3]을 활용하였다. 동 모형에서 경기적 요인은 경제활동인구 내에서 취업자와 실업자 사이의 노동이동(labor flows)을 통해 나타나는 경제활동인구의 변화를 포착한다. 반면 경제활동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 사이의 직접적인 노동이동은 구조적 요인으로 해석하였다[4].
분해 결과, 한국과 미국의 노동공급 회복 과정에서 나타나는 차이는 주로 구조적 요인에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2>를 보면, 한국의 경제활동참가율이 팬데믹 직전에 비해 상승(+0.4%p)한 데는 구조적 요인과 경기적 요인이 각각 +0.3%p, +0.1%p 기여하였다. 이는 주로 구조적 요인에 의해 한국에서 노동공급이 증가하였음을 시사한다. 또한 미국의 경우 경제활동참가율은 한국과 달리 하락(-1.0%p)하였지만 이러한 변동의 대부분이 구조적 요인(-0.9%p)에 기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팬데믹 이전부터 경제활동참가율이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추세적으로 상승(한국) 또는 하락(미국)하던 흐름이 팬데믹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면서 양국 간 노동공급 회복에 차이가 발생하였음을 의미한다.
그림 2. 경제활동참가율 경기적 vs. 구조적 분해
(한국)
(미국)
자료: 경제활동인구조사, BLS, 자체 추정
한국은 빠른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여성, 고령층 노동공급이 크게 증가
한국과 미국의 노동공급 차이가 주로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면 어떤 요인들이 구조적 변화를 이끌고 있는가? 이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 최근 들어 노동공급 이슈와 관련하여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고령화 요인을 점검해 보았다. 고령층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경제활동참가율이 낮기 때문에,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경제 전체의 노동공급은 감소하게 된다(인구구성 변화 효과).
먼저 경제활동참가율 변화를 인구구성 변화(고령화) 효과와 연령대별 경제활동참가율 변화(기타) 효과로 분해하였다(shift-share). 분해 결과, 한국은 팬데믹 이후의 경제활동참가율 변동 +0.4%p 중 고령화 요인의 기여도가 –0.6%p, 기타 요인의 기여도가 +1.0%p로 나타났다. 이는 특정 계층에서 노동공급이 추세적으로 늘어나면서 고령화에 의한 노동공급 감소 효과를 상쇄하였음을 의미한다. 기타 요인의 기여도가 큰 것은 여성 및 고령층의 노동공급이 크게 증가한 데 기인한다. 한편 미국은 고령화(–0.4%p)와 기타 요인(–0.6%p)이 모두 노동공급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노동공급이 하락하였다(<그림 3> 참조).
그림 3. 경제활동참가율 인구요인 분해
자료: 경제활동인구조사, BLS, 자체 추정
중장기적으로는 한국도 노동공급 감소에 대비할 필요
팬데믹 이후 노동시장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한국은 여성 및 고령층을 중심으로 노동공급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미국과 달리 노동공급 부족 문제에 직면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노동시장 상황에 기반한 임금상승 압력도 미국만큼 높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향후 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고령화가 노동공급을 제약하는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는 경제활동참가율이 구조적으로 낮아지면서 잠재성장률 및 임금 동학에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1] Powell 연준 의장은 미국의 경제활동참가율 하락이 구조적 요인에 주로 기인한다고 언급하였다(It feels almost more structural than cyclical, 2023.2월).
[2] 자세한 내용은 “주요국 노동수급 차이가 임금상승 압력에 미치는 영향(BOK이슈노트 제2023-12호)”을 참조하기 바란다.
[3] 모형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Elsby et al.(2019), Hobijn·Sahin(2022)을 참조하기 바란다.
[4] 경제활동인구 내 노동이동은 경기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반면, 경제활동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 사이의 노동이동은 경기와 상관관계가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