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차를 두고 파급되면서 물가상승률 둔화 효과는 금년중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가 연중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미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 중국경제의 회복 속도와 영향, 공공요금 인상 시기 및 폭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가는 가운데 이러한 불확실성 요인의 전개 상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는 것이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
지난 2월 23일 금융통화위원회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3.50%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하였다. 향후 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는 통화정책의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결정에는 물가상승률이 점차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점, 그간 빠르게 올려왔던 기준금리 인상의 파급영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는 점, 그리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 그 전개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는 점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하였다. 이하에서는 금리인상의 파급영향과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들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정책 시차를 고려할 때 그간의 금리인상의 물가 둔화 효과는 금년에 보다 확대
우선 그간의 기준금리 인상의 파급시차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조정하면 시장금리와 여수신금리 등 금융시장에 1차적으로 파급되면서 소비와 투자 조정이 나타나게 되며 이 과정에서 물가가 조정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물가 파급시차는 국가별, 경제여건별로 다르지만 한국은행 계량모형 등에 따르면 기준금리 조정의 물가 영향은 4~6분기 이후부터 본격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실질소비와 민간소비 디플레이터 흐름의 변화를 살펴보더라도 이러한 파급시차를 확인할 수 있다. 즉,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2021년 8월 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높은 실질소비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민간소비 디플레이터 상승률도 높아져 왔는데, 지난해 하반기에는 두 변수가 동반 둔화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그림1. 참조]. 이는 그간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차를 두고 소비 조정을 통해 수요측면의 물가 압력을 점차 둔화시키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1] 한편, 한국은행은 물가 오름세 확대에 대응하여 2021년 8월부터 2023년 1월까지 기준금리를 총 300bp 인상하였다. 코로나19 이후 한국과 주요국의 물가상승률 확대폭과 정책금리 인상폭을 비교해 볼 때 한국은행의 정책 대응 정도는 주요국의 평균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그림2. 참조].
그림 1. 최근 실질소비 증가율과 물가상승률1)
주: 1) 민간소비 디플레이터 기준, 2022년 4/4분기는 소비자물가지수로 추정
자료: ECOS, 한국은행
그림 2. 주요국1) 정책금리 인상폭 및 물가상승률 확대폭2)
주: 1) 노르웨이, 뉴질랜드, 대만, 미국, 스웨덴, 스위스, 아이슬란드, 영국, 유로지역, 이스라엘, 체코, 캐나다, 호주 등 13개국
2) 2020년 1월~2023년 1월중 각국의 CPI상승률(전년동월대비) 최저치 대비 최고치 간 격차 및 정책금리 인상폭
자료: ECOS, 한국은행
기준금리 조정의 물가 파급시차를 고려할 때 2021년 8월~2023년 1월중 기준금리 300bp 인상의 물가 둔화 영향은 금년에 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계량모형 분석에 의하면 CPI상승률 둔화 효과가 지난해 –0.4%p에서 금년에는 –1.3%p로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 3. 한국은행 기준금리1) 추이
주: 1) 2008년 2월까지는 콜금리 목표
자료: ECOS
그림 4. 기준금리 300bp 인상의 물가 영향1)2)
주: 1) 한국은행 거시계량모형을 이용한 추정치
2) ( ) 내는 연간 CPI상승률에 미치는 영향
자료: 자체추정
대내외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
다음으로 여러 불확실성 요인들을 살펴보면, 대외 여건에서는 미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 중국경제의 회복 속도와 그 영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최종금리를 5%대 초반으로 예상했었는데, 2월 들어 미국의 고용과 물가 지표가 시장 예상을 상회하면서 최종금리 수준 전망이 상향조정[2]되었다. 긴축 기조의 지속기간도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고용 및 물가 흐름에 따라서는 시장 기대가 또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이러한 지표들[3]과 3월 21~22일중 개최되는 FOMC 회의 결과를 잘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12월 방역정책 완화 이후 감염병 상황이 빠르게 안정되면서 경제활동 재개가 예상보다 빨라지는 모습이다.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는 그간 위축되었던 대중 수출과 중국인 관광객 유입 등을 통해 국내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정도가 얼마나 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또한 중국의 생산활동 증대가 글로벌 에너지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겠다.
그림 5. 미 FOMC 참석자들의 적정 정책금리 점도표1) 및 미 연준 정책금리에 대한 시장 기대
주: 1) 2022년 12월 기준
2) Atlanta 연준이 CME 선물·옵션 가격을 통해 시산한 정책금리 수준
자료: 미 연준
그림 6. 대중수출1)2)및 중국인 국내 입국자3) 규모
주: 1) 통관 수출액 기준
2) 기간중 월평균으로 2023년은 1월 기준
3) 기간중 누적 관광객 수 기준
자료: 관세청, 한국관광공사
대내적으로는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 이후 점차 낮아져 연말경 3%대 초반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중국경제 회복과 관련한 국제 에너지가격 움직임, 미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과 미 달러화 흐름, 공공요금 인상 시기 및 폭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그간 완만히 하락하던 기대인플레이션이 금년 들어 재상승하고 있는데, 기대형성 요인중 ‘공공요금’ 응답비중이 최근 80%를 상회하고 있다. 국민경제 전체로 볼 때 공공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4]이지만 근원품목 등에 대한 2차효과(second-round effect)에 대해서는 계속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아울러 부동산 경기의 향방과 성장 및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등도 아직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주택시장과 관련 자금시장 상황을 유의해서 지켜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림 7. 기대인플레이션1) 및 기대형성 요인 중 공공요금 응답 비중2)
주: 1) 일반인 향후 1년 기준
2) 물가상승 기대형성 요인중 ‘공공요금’ 응답 비중(6개요인 복수 응답)
자료: 한국은행
[1] St. Louis 연준도 실질소비와 물가상승률 동반 둔화를 미 연준 금리 인상의 물가 파급경로가 원활히 작동하고 있는 근거로 제시한 바 있다.(‘The relationship between consumption growth and inflation’, Sánchez, 2022년 12월)
[2] 2월 27일 현재 페더럴펀드 금리 선물에 내재된 미국 최종 정책금리(금리 상단 기준)는 5.57% 수준이다.
[3] 2월 고용 및 물가 지표 발표일: 고용 3월 10일, CPI 3월 14일, PPI 3월 15일 등
[4] 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공공요금 인상을 계속 억제한다면 경상수지 적자 및 환율 상승 등의 경로를 통해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고 한전채 발행 증가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