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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버리지 곡선(Beveridge curve)을 통한 노동시장 평가: 미국과의 비교를 중심으로

등록일
2022.08.31
조회수
9097
키워드
담당부서
조사국
저자
고용분석팀 차장 오삼일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국 노동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에서 점차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2년여간 지속되고 있는 팬데믹은 노동시장에 구조적 변화를 유발하였으며, 이로 인해 고용회복 과정은 국가별, 계층별로 다소 차별화된 모습이다. 이 글에서는 팬데믹 이후 한국 및 미국의 노동시장 상황 변화를 베버리지 곡선이라는 틀을 활용하여 비교해 보았다.[1]


노동시장 분석 틀: 베버리지 곡선


베버리지 곡선[2]은 노동공급 지표인 실업률(X축)과 노동수요 지표인 빈일자리율[3](Y축) 간의 관계를 나타내며, 통상 우하향 형태이다. 이러한 베버리지 곡선의 우하향 형태(곡선상 이동, along the curve)는 경기 호황기에 실업률이 하락하고 빈일자리율이 상승하는 반면, 경기 침체기에는 실업률이 상승하고 빈일자리율이 하락하는 특성에 기인한다. 한편 노동시장 내 구조적인 특성이 변하면서 베버리지 곡선은 우상향 또는 좌하향으로 곡선 자체가 이동(shift of the curve)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상향 이동 시 노동시장 내 마찰적 요인 증가로 구인-구직자 간 매칭 효율성이 낮아지고 그로 인해 빈일자리와 실업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4]


한국과 미국의 베버리지 곡선 움직임 차별화


팬데믹 이후 한국과 미국의 베버리지 곡선 움직임를 비교해 보면, 곡선상 이동은 유사하나 곡선의 이동은 상반된 모습이다. 먼저 곡선상 이동을 보면, 최근 들어 실업률이 하락하고 빈일자리율이 상승하면서 빨간 점들이 우측하단에서 좌측상단으로 이동(고용상황 호조)하는 것을 양국에서 공통으로 확인할 수 있다(<그림 1> 참조). 이는 양국 노동시장이 호조세를 나타내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곡선의 이동(파란 선→빨간 선)을 보면, 미국의 경우 베버리지 곡선이 바깥쪽으로 이동(우상향)한 반면, 우리나라는 안쪽으로 이동(좌하향)하였다. 이는 미국 노동시장에서 매칭 효율성이 낮아진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매칭 효율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그림 1. 베버리지 곡선1)



주: 1) 파란점은 팬데믹 이전(14~19년), 빨간점은 팬데믹 이후

자료: 경제활동인구조사, 사업체노동력조사, BLS



양국 매칭 효율성 차이는 노동공급 차이에 기인


팬데믹 이후 나타난 한국과 미국의 매칭 효율성 차이는 노동공급 차이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새 일자리가 생길 때마다 풍부한 노동공급을 바탕으로 빈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채워졌다는 의미이다. <그림 2>를 보면, 우리나라 경제활동참가율은 감염병이 크게 확산된 시기를 제외하고 팬데믹 이전 수준을 꾸준히 상회하고 있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불가피하게 일자리를 잃은 미취업자들이 방역조치가 완화될 때마다 빠르게 노동시장으로 복귀하였음을 나타낸다. 반면 미국은 팬데믹 초기 경제활동참가율이 큰 폭 하락한 이후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자발적 퇴직 증가[5](great resignation), 이민 감소, 대규모 재정지원[6](실업급여 확충) 등으로 인한 노동공급 부족(labor shortage) 문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참가율 외에도 기업이 빈일자리를 얼마나 쉽게 채울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구인 성공률(job filling rate[7])을 통해 노동공급 수준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그림 3>을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공급이 충분하게 이루어지면서 2020~21년 중 구인 성공률이 크게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미국은 구인 성공률이 팬데믹 초기에 일시적으로 상승한 이후 팬데믹 이전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내 기업의 빈일자리가 제때 채워지지 못하고 쌓이면서 결과적으로 매칭 효율성이 낮아지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그림 2. 경제활동참가율


자료: 경제활동인구조사, BLS

그림 3. 구인 성공률(Job filling rate)


자료: 사업체노동력조사, BLS, 저자 계산



풍부한 노동공급은 국내 임금상승 압력 둔화 요인으로 작용


풍부한 노동공급에 기반한 구인 성공률 상승은 그동안 국내 임금상승 압력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기업 입장에서는 빈일자리를 채우기 쉬울수록 높은 임금을 제시할 유인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림 4>를 보면 임금상승률과 구인 성공률은 명확한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구인 성공률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하락하였기 때문에, 향후에는 임금상승 압력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편 미국은 노동공급 부족으로 구인 성공률이 2021년 이후 지속 하락하면서 임금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림 4. 임금상승률1)과 구인성공률


주: 1) 상용직 정액임금(전년동기대비)

자료: 경제활동인구조사



국내 노동시장은 향후 정점을 지나면서 실업률이 자연실업률 수준으로 상승할 전망


마지막으로 미국은 우상향 이동한 베버리지 곡선을 중심으로 미 연준(경기 연착륙론)과 일부 학자들(경기 경착륙론) 사이에서 경기 논쟁이 활발히 진행 중인데, 이러한 논쟁은 전례 없이 큰 폭 상승한 빈일자리율에 기인한다.[8] <그림 6>을 보면, 미 연준은 빈일자리가 많이 쌓여있으므로 향후 금리인상을 통해 노동수요가 줄어든다 할지라도 실업률의 큰 상승 없이 빈일자리만 감소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A→B). 그러나 일부 학자들[9]은 실업률 상승 없이 빈일자리만 감소하는 것(매칭 효율성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우며, 역사적으로 빈일자리율 하락은 실업률 상승을 항상 동반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A→C).

한편 우리나라는 위기 이전에 비해 빈일자리가 크게 늘지 않으면서 베버리지 곡선이 좌하향 이동하였으므로, 미국과 같은 경기 논쟁의 여지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앞으로 노동시장이 정점을 지남에 따라 빈일자리가 다소 줄어들고, 실업률은 자연실업률 수준으로 점차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림 5. 빈일자리율


주: 1) 음영은 팬데믹 이후

자료: 사업체노동력조사, BLS

그림 6. 베버리지 곡선 변화





[1] 보다 상세한 내용은 추후 발간예정인 BOK 이슈노트를 참고하기 바란다.

[2] 베버리지 곡선은 1958년 Christopher Dow와 Arthur Dicks-Mireaux에 의해 고안된 지표로 재화시장 내 초과수요를 평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3] 기업에서 구인 중인(1개월 이내에 시작할 수 있는) 빈일자리수를 경제활동인구로 나눈 값이다.

[4] 빈일자리와 실업자는 생산활동에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는 유휴자원이라는 점에서 경제 내 비효율을 의미한다.

[5] 미국은 건강 우려 등으로 2021년 이후 자발적 퇴직률(quit rate)이 큰 폭 증가하였다.

[6] 미국은 팬데믹 기간 중 재정지원 규모가 상대적으로 더 컸는데(미국: GDP대비 25.5%, 한국: 6.4%), 실업급여 확충 등 정부의 공적이전 증가는 미취업자의 구직유인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7] 신규 일자리수/빈일자리수로 정의되며, “기업이 빈일자리를 얼마나 쉽게 채울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8] <그림 5>를 보면 22.1/4분기중 빈일자리율 7.0%는 관련 통계(JOLTS) 작성 이후 최고치이다.

[9] Blanchard‧Domash‧Summers(2022)(piie.com/publications/policy-briefs/bad-news-fed-beveridge-space)를 참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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