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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정보의 가치는? - 영화 ‘펠햄123(The Taking of Pelham 1 2 3)’을 보고

구분 경제이론·교양
대상 일반인
경제교육기획팀 (02-759-5379) 2015.07.03 1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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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들이 꽤 있다. 픽션 영화가 있는가 하면 실화를 있는 그대로 소개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도 있다. 예컨대 ‘인사이드 잡(Inside Job)’이라는 영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일어나기까지와 그 후속 조치를 하는 과정에서의 도덕적 해이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인터뷰에 응한 경제학자의 은근한 협박까지도 편집 없이 담아낼 만큼 사실적이다. 2011년 제83회 영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인사이드 잡’으로 다큐멘터리 부문 상을 수상한 찰스 퍼거슨 감독은 수상소감 자리를 빌려 “엄청난 경제위기를 가져온 금융회사의 간부들이 하나도 처벌받지 않았다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런데 테러리즘을 다룬 픽션 영화이면서 금융·경제에 관한 매우 흥미로운 발상을 담고 있는 영화가 한 편 있어서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토니 스콧 감독의 ‘펠햄 123(The Taking of Pelham 1 2 3)’이라는 영화인데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직후라고 할 수 있는 2009년에 개봉한 영화이다. 덴젤 워싱턴과 존 트라볼타 주연의 영화로 테러 상황을 다루고 있다. 뉴욕 도심 한복판 펠햄역에서 오후 1시 23분에 출발하는 열차 ‘펠햄 123호’가 납치를 당하고, 테러리스트는 인질을 석방하는 대가로 천만 달러라는 거액을 요구한다. 그런데 인질범의 요구인 천만 달러는 눈속임을 위한 미끼에 불과했을 뿐 더 사악한 계략이 숨어 있음이 나중에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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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잠시 언급했던 영화 ‘인사이드 잡’을 연상시키는 대목도 등장한다. 테러범 라이더(존 트라볼타 분)가 오로지 지하철 배차원 월터 가버(덴젤 워싱턴 분)와만 대화를 하겠다고 고집하자 둘 사이에 사적인 이야기까지 오가며 통신수단을 이용한 인질 협상이 아슬아슬하게 진행된다. 테러리스트는 라이더 자체가 가명이면서도 자신의 이름이 일반적인 라이더(Rider)가 아닌 ‘y’가 들어가는 라이더(Ryder)라고 철자를 정정해줄 정도의 치밀함을 지니고 있다. 그런 테러리스트로부터 조금이라도 신분의 단초가 될 수 있는 것을 어떻게든 끌어내기 위해 월터 가버가 개인적인 이야기로 유도하는 과정에서 테러리스트 라이더는 몇 년 전에 엉덩이 부분모델을 아이슬란드로 데리고 가서 개썰매를 탔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화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거액을 아무렇지도 않게 흥청망청 쓸 수 있는 사람은 월스트리트 금융맨(Wall Street guy)밖에 없다는 추론 과정을 거쳐 테러리스트가 전직 월스트리트 금융맨인 것으로 추정하게 되는데 이는 결국 사실로 판명난다.


테러리스트 라이더의 계략에 관한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면 전직 월스트리트 금융맨 테러리스트는 사실 인질 테러에 앞서 숏포지션을 구축하고 금에 투자하였다. 그런데 뉴욕 한복판에서의 인질 테러 소식이 알려지면서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급등하고 그에 따라 라이더는 엄청난 차익을 남기게 된다. 미래로부터 온 사람이 로또 번호를 알려주거나 스포츠 도박에 사용되는 스포츠 경기의 결과를 알려주는 설정은 여러 영화를 통해 적지 않게 접해봤지만 이렇게 금융시장 교란(market disruption)을 이용하는 모습은 색다르게 느껴졌다. 이는 결국 날씨, 원자재 등 파생상품거래 대상 상품이 늘어갈수록 미래 정보에 대한 예측력이 어마어마한 부의 축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굳이 로또 번호가 아니더라도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알 수만 있다면 그 정보의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게 되는 셈이다. 천재지변이 아닌 예컨대 보스턴 마라톤 테러와 같은 인적 재해가 돈에 대한 욕망과 연계될 수 있다는 우려는 그 상상만으로도 너무나 끔찍하다.


우리나라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서도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거나 거짓 시세를 이용하는 행위 등을 금하고 있다(제178조). 특히 정보비대칭으로 인해 거래의 형평성이 저해되는 일이 없도록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를 금지(제174조)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배상책임(제175조)을 지도록 하고 있다. 또한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에 관한 조항(제178조의2)을 신설하여 해킹, 절취, 기망, 협박,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정보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행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의 불공정거래행위(제23조)에도 해당할 수 있다. 법이란 대체로 보편적인 상식에 근거하기 마련인데 위에서 열거한 행위들은 얼핏 보더라도 상식에 반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영화 ‘펠햄 123’에 대해 본의 아니게 딱딱한 이야기들을 잔뜩 늘어놓았지만 사실 이 영화는 오락성 면에서도 결코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재밌다. 영화 속에서 형성되는 월터 가버와 라이더의 대결 구도는 영화 ‘히트(Heat)’에서의 경찰 빈센트 한나(알 파치노 분)와 범죄자 닐 맥컬리(로버트 드니로 분)의 대결 구도와 비슷하다. ‘히트’는 1995년 작품으로 선과 악이 뒤엉키는 라이벌 구도의 영화인데 마지막 부분에서 빈센트 한나가 닐 맥컬리를 총으로 쏠 때 닐 맥컬리의 “Told you I’m never going back”이라는 대사가 자막에 “내가 먼저 쏠 수도 있었어”라고 번역되어 영화 번역의 역할과 한계가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적도 있다. 영화 번역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었던 반면 영화 번역의 경계선을 넘고 말았다는 부정적인 평가 또한 있었다. 영화 ‘펠햄123’에서도 월터 가버가 라이더를 추격하여 따라잡은 후 서로 마주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테러범인 악당 라이더는 “You’re my goddamn hero”라는 말을 남기고 죽어간다. 이 장면은 영화 내용상으로는 평범한 소시민에 대한 찬사이면서 영화 내용 외적으로는 ‘히트(Heat)’를 제작한 마이클 만 감독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국제금융협력팀 이태윤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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