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선호율_마시멜로 실험과 카르페 디엠 사이

구분
경제이론·교양
등록일
2012.06.12
조회수
14514
키워드
담당부서
경제교육기획팀(02-759-5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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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아킴 데 포사다와 엘런 싱어가 같이 쓴 「마시멜로 이야기」에는 유명한 실험이 등장한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진행된 이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어린이들을 혼자 방에 남겨두면서 마시멜로를 하나씩 주고는 지금 마시멜로를 먹어도 좋지만 15분간 먹지 않고 참으면 보상으로 마시멜로를 하나 더 받게 될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당연히 마시멜로를 바로 먹어치운 아이들도 있었고 15분간 참은 후 상을 받은 아이들도 있었다. 연구자들이 이 두 집단의 아이들을 14년 후 추적한 결과 마시멜로의 유혹을 참아낸 아이들이 당장 먹은 아이들보다 공부도 잘 하고 정신력과 사회성이 뛰어난 청소년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경제학에서는 마시멜로를 바로 먹은 아이들이 15분간 참은 아이들에 비하여 시간선호율(rate of time preference)이 더 크다고 표현한다. 시간선호란 각 개인이 현재의 소비를 미래의 소비보다 상대적으로 얼마나 더 선호하는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따라서 시간선호율이 큰 사람일수록 미래의 재화나 서비스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한다. 바로 마시멜로를 먹어버린 아이들은 실험이 진행되는 순간의 마시멜로 한 개의 가치가 15분 후의 마시멜로 두 개의 가치보다 더 크다고 생각한 것인데 이는 이들의 시간선호율이 높음을 의미한다.

  마시멜로 실험을 진행했던 연구자들은 성공한 사람들의 시간선호율이 낮은 경향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몇몇 경제학 논문도 이와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예를 들면 Emily C. Lawrance는 1991년에 발표한 논문(Poverty and the Rate of Time Preference : Evidence from Panel Data)에서 소득이 낮은 가구는 소득이 높은 가구에 비해 시간선호율이 3∼5% 정도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내심이 큰 경향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굳이 경제학 논문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러한 사실들은 좋은 대학교에 입학하면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주변에서도 우러러 보며 예쁜 여자(또는 잘 생긴 남자)들이 줄을 서게 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모든 것을 참고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역설하시던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의 설교에 담겨 있는 논리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학생들에게 미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시간선호율을 낮추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은 오히려 ‘현재를 즐겨라(Carpe diem)’라고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이 영화의 배경은 대학 입학 성과가 좋은 사립학교로 유명한 웰튼 고등학교다. 학생들은 좋은 대학교에 입학하고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하여 열심히 공부만 하도록 강요받는다. 키팅 선생은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했던 학생들에게 현재의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키팅 선생이 강조했던 현재를 즐기라는 격언이 말 그대로 시간선호율을 무한대로 높여 미래에 대한 고려는 전혀 하지 말고 현재만을 생각하고 살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개인의 실제 시간선호율에 대한 배려 없이 일방적으로 시간선호율을 낮추고 미래를 위해 희생하기만을 강요하는 교육제도에 대한 반향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경제학에서는 모든 개인이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가정한다. 만약 한 개인의 시간선호율이 매우 크다면 아무리 지금 하고 싶은 것들을 포기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미래에 높은 소득을 얻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가 누리는 효용의 수준은 매우 낮다. 희생을 강요하는 교육이 개인의 효용 극대화를 방해하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그의 시간선호율을 존중하면서 현재 하고 싶은 것들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그의 효용 극대화를 위하는 길이다. 영화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닐 페리의 아버지는 닐이 공부에만 몰두하여 의사가 되기를 원했고 처음에는 그도 아버지의 의견을 따랐다. 하지만 키팅 선생의 수업을 들으면서 그는 자신이 정말 간절하게 원하는 것이 연극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는데 그의 아버지가 끝내 그 희망을 무시하자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닐은 연극배우가 되기 위하여 미래를 송두리째 포기하고 자살까지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간선호율이 높은 학생이었는데 그의 아버지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공부만 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이런 파국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닐이 연극 연습을 하는 와중에도 모든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의 아버지가 그의 시간선호율을 조금이라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그는 연극배우와 의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을 가능성이 높다.

  마시멜로 실험에서 도출된 결론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뿐만 아니라 직관적으로도 상당한 호소력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우리가 보는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미래를 위해 현재의 쾌락을 포기했던, 낮은 시간선호율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이 사실에 기초하여 모든 학생들에게 시간선호율을 낮추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위험하다. 교육의 목적이 궁극적으로 학생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면 그들의 효용 극대화를 위해 각자의 시간선호율을 충분히 배려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은행 조강철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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