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증가, 왜 문제인가?

구분
화폐·금융
등록일
2015.07.03
조회수
29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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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부서
경제교육기획팀(02-759-5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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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규모(가계신용 통계 기준)가 2013년말 1,000조원을 넘어선 이후 지난해말 1,089조원까지 증가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가계부채 증가가 정말 ‘문제’인 것일까?

먼저 가계부채와 관련한 경제이론적 논의는 대표적인 소비이론인 ‘생애주기-항상소득가설(life cycle - permanent income hypothesis)’에서 시작할 수 있다. 왜냐하면 생애주기-항상소득가설이 비록 가계의 소비선택을 설명하는 이론이지만, 결국 가계부채는 소득과 소비의 상대적 규모에 따라 결정되는 일종의 저축이므로 이 이론을 통해 그 속성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 이론에 따르면 가계 즉 개인은 전 생애에 걸쳐 자신의 소득과 부(wealth)를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생애 전체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수준에서 소비를 결정한다. 그러므로 개인은 매 기간 당시의 소득뿐만 아니라 자신이 생애에 걸쳐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적인 소득인 항상소득(permanent income)에 따라 소비수준을 결정하며, 전 생애에 걸쳐 일정 수준의 최적 소비를 유지하기 위해 생애주기(life cycle) 상 비교적 소득이 낮은 유년기와 노년기에는 음(-)의 저축을,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중장년기에는 양(+)의 저축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론적으로 가계부채는 가계가 전 생애에 걸쳐 소비수준을 평활화(consumption smoothing)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경제의 후생(welfare)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왜 가계부채 증가를 걱정하는 것일까? 첫째, 경제이론의 가정과 달리 현실에서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가계의 비합리성, 유동성 제약 등이 존재하므로 가계부채의 부도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이론에서는 가계가 자신의 미래 소득과 부에 대해 합리적으로 예측(혹은 기대)할 수 있으며, 오늘(현재)의 소비와 내일(미래)의 소비가 주는 효용을 비교하여 오늘의 소비를 합리적으로 결정하고, 이를 위해 미래 소득을 자유롭게 차입하여 현재 소비에 활용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가계가 미래 소득을 예측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으며, 설령 평생 소득을 예측한다 하더라도 모든 가계가 자신의 효용을 고려하여 현재 소비와 미래 소비를 합리적으로 배분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또한 평생 소득을 예측하여 현재 소비를 최적 수준으로 결정한다 하더라도 미래 소득을 현재에 활용하기 위해 차입하는 과정에서 유동성 제약(혹은 신용제약)에 직면하게 된다. 더구나 경제이론에서는 가계가 자신의 평생 소득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생애주기 상 특정 시기에 발생한 음의 저축을 결국 다른 기간의 양의 저축으로 모두 상쇄하는 상황을 전제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자신의 소득 이상으로 과도한 대출을 실행하여 결국 만기에 이를 상환하지 못하는 부도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가계부채의 부실화는 부도규모가 클수록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더 심각할 수 있으므로, 전반적인 가계부채 규모 증가에 유의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가계부채의 증가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가계부채의 ‘급속한’ 혹은 ‘과도한’ 증가가 문제일 수 있다. 경제규모가 성장할수록 가계부채의 명목금액 자체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관리 가능한 가계부채 증가는 경제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가계가 부채를 상환할 수만 있다면 그 규모가 클수록 그로부터 더 많은 이자수익을 얻게 되므로 수익성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너무 빠르게 증가하거나 가계의 재무여건 및 상환능력을 초과하여 과도하게 증가하는 경우, 이것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커지므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에 유의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앙은행과 정부에서는 가계부채 상황을 평가할 때 가계부채 총액뿐 아니라 가계부채 증가율, 자산대비 부채비율, 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여러 가지 지표들을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


셋째,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증가하면 경제의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업, 주택가격 하락 등 미래의 예상치 못한 거시경제 충격으로 인해 가계의 소득이나 보유자산 가치 등이 변화하는 경우 가계는 부채를 늘리거나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반응하는데, 이미 막대한 부채를 보유하고 있는 가계는 추가로 차입하는 것이 어려워 소비를 줄이게 된다. 결국 이러한 가계들이 늘어나 경제 전체의 가계부채 규모가 커질수록 거시 충격이 소비 위축을 통해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특히 자산가치 하락은 부동산담보대출 등 자산을 담보로 실행된 대출의 부실위험을 높여 금융기관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므로, 가계부채의 과도한 증가는 이러한 거시 충격의 부정적 영향을 더욱 증폭시키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가계부채 문제, 즉 가계부채의 과도한 증가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먼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관리가능한 가계부채는 문제가 되지 않으므로, 부채 자체의 건전성과 증가속도를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최근 시행되고 있는 ‘안심전환대출’이나 은행들의 건전성 규제 강화 등이 이러한 접근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들에 대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한편 부채는 결국 소득과 소비에 의해 결정되므로, 가계의 소득 증가를 통해 부채를 간접적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처럼 가계 소득을 높임으로써 가계의 기초체력을 키워, 소비 여력을 확보하고 부채상환능력을 제고하는 선순환을 이끄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해 6월 미국 시애틀에서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리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그 효과에 대해 학계와 재계에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 역시 시애틀의 정책 효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시스템리스크팀 편도훈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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