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신용정책 운영 여건]
1. 2023년 9월에서 11월 중 국내외 금융·경제 여건을 살펴보면, 세계경제는 고금리 영향으로 제조업 경기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서비스업 부문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완만한 성장세를 나타내었다. 미국은 소비 증가세가 견조하게 지속되면서 3/4분기 중 예상을 상회하는 높은 성장세를 보였으며, 중국은 경기부양책의 영향으로 소비 및 제조업을 중심으로 부진이 완화되었다. 반면 유로지역은 고금리·고물가의 영향으로 독일 및 이탈리아 등 제조업 중심 국가들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3/4분기 중 역성장하였으며, 일본은 펜트업 수요 약화 등으로 민간소비가 예상을 하회하면서 회복세가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직후 상승한 에너지가격이 빠르게 안정화되면서 둔화 흐름을 지속하고 있으나, 근원물가는 양호한 고용상황 등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더디게 둔화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주요국의 통화긴축 장기화 가능성에 중동분쟁이 가세하면서 주요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었다. 미 국채금리가 2007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5% 수준까지 상승하였으며, 주요국 국채금리 상승 등에 영향받아 글로벌 주가가 하락하고 미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11월 들어 국제유가 하락,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의 금리인상 종료 기대 확산 등으로 미 국채금리가 빠르게 하락하고 미 달러화도 약세로 전환되었다.
2. 국내경제는 수출을 중심으로 완만한 개선 흐름을 지속하였다. 이에 따라 3/4분기 중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대비 0.6% 증가(전년동기대비 +1.4%)하였다.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는 가계의 원리금 상환부담 증대, 고물가 및 임금 상승세 약화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 등으로 더딘 회복세를 보였으며, 설비투자도 글로벌 제조업 경기 둔화 등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수출은 글로벌 반도체 경기 반등, 주요국 설비·인프라 투자 확대 등으로 개선 흐름을 지속하였고 경상수지도 흑자 규모가 큰 폭 확대되었다.
고용상황을 보면, 취업자수 증가 규모가 4/4분기 들어 다소 확대되었으나 추세적으로는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10월 중 제조업 취업자수는 지난해 일상회복 이후 큰 폭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감소세가 지속된 반면, 서비스업에서는 보건복지업, 전문과학기술업, 정보통신업을 중심으로 취업자수가 증가하였다. 명목임금의 경우 3/4분기 중 전년동기대비 2.7% 상승하여 상승세 둔화 흐름을 지속하였다.
3.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이후 석유류 및 농산물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10월 중 3.8%까지 높아졌다가, 그간 반등을 이끌었던 유가·환율·농산물가격이 상당폭 하락하면서 11월 중에는 3.3%로 하락하였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개인서비스물가를 중심으로 완만한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11월 들어 섬유제품과 내구재를 중심으로 상품가격의 오름폭이 축소되면서 3.0%로 낮아졌다. 일반인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의 경우 석유류 및 농산물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소폭 높아져 11월 중 3.4%를 기록하였다.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정부의 대출규제 일부 강화,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상승폭이 축소되었다. 주택가격전망지수 등 심리지표도 10월 들어 소폭 둔화되는 모습이다. 전국 주택전세가격의 경우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폭이 확대되었다.
4. 국내 금융·외환시장에서는 미 연준 통화정책 긴축기조에 대한 기대 변화 등에 영향받아 국고채 금리와 환율이 큰 폭 상승하였다가 하락하는 모습을 나타내었다. 9월 이후 미국의 경기·고용지표 호조, 국제유가 상승 등에 따른 긴축기조 장기화 가능성으로 국고채 금리와 환율이 큰 폭 상승하였다. 11월 들어서는 미국의 고용·물가지표 둔화 등으로 연준의 금리인상 종료 기대가 강화됨에 따라 미 국채금리와 이에 영향받은 국고채 금리가 크게 하락하였으며, 환율도 달러화 약세 전환, 국내 외환수급 개선 등으로 큰 폭 하락하였다.
한편 가계대출은 3/4분기 중 주택매매 관련 자금수요가 늘어나면서 전분기 대비 증가규모가 확대되었다. 기업대출도 3/4분기 중 대기업 및 중소기업 대출 모두 증가세가 확대되었으며 10월에도 상당폭 증가하였는데, 대기업대출의 경우에는 회사채로 운전자금 등을 조달해 온 기업들이 대출 활용을 확대함에 따라 높은 증가세를 나타내었다.
직접금융시장을 통한 기업 자금조달은 일부 대기업의 유상증자로 주식발행이 늘어나면서 3/4분기 중 순발행으로 전환되었다. 회사채의 경우 은행대출, CP·단기사채 등 대체 자금조달 수단 활용으로 순상환되었다.
[통화신용정책 운영]
5. 한국은행은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기조를 이어나가는 가운데 금융안정에도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였다.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와 성장의 하방 위험, 가계부채 증가 추이, 주요국의 통화정책 운용 및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 등을 면밀히 점검하였으며, 기준금리는 연 3.50%에서 유지하였다.
10월에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은 미 연준의 높은 정책금리 장기화 시사와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물가 및 성장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가운데 물가상승률의 둔화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완만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가계부채의 증가 흐름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11월에도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하였는데 이는 물가상승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아졌지만 기조적인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가계부채 증가 추이와 대외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현재의 긴축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6. 한국은행은 금융·외환시장 안정과 원활한 신용흐름을 위해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의 경우 12월 1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총 한도를 30조 원으로 운용하기로 하였다. 이는 코로나19 위기 당시 한도 유보분을 통해 한시적으로 운용한 코로나19 피해기업 지원(13조 원) 및 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6조 원)이 종료됨에 따라 한시적 예비 한도 9조 원 및 재해복구특별지원 목적 0.3조 원을 제외한 9.8조 원을 감액한 데 기인한다. 한시적 예비 목적으로 확보된 한도 유보분 9조 원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통화긴축 기조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부정적 영향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받는 부문 및 지역을 지원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2023년 12월 현재 프로그램별 한도는 무역금융지원 1.5조 원, 신성장·일자리지원 13조 원, 중소기업대출안정화 0.3조 원, 지방중소기업지원 5.9조 원, 한도 유보분 9.3조 원이다. 또한 신성장·일자리 지원 프로그램의 경우 창업기업 및 일자리 창출기업 지원 부문의 지원대상을 개편하여 2024년 1월 대출취급분부터 시행하기로 하였다.
[향후 통화신용정책 방향]
7. 국내경제는 수출 회복세 지속 등으로 개선 흐름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올해 GDP 성장률은 1.4%로 예상되고, 내년은 2.1%로 높아지겠으나 국내외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와 더딘 소비 회복세의 영향으로 지난 전망치(2.2%)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2025년에는 글로벌 통화긴축 기조 완화 등 대내외 여건이 전반적으로 개선되면서 2.3%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소비는 고금리 영향이 당분간 이어지면서 회복 모멘텀이 당초보다 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비투자는 IT경기 회복과 주요국의 신성장 분야 투자 확대에 힘입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나, 건설투자는 신규착공 위축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은 IT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주요국의 신성장 부문 투자도 늘어나면서 회복세가 확대될 전망이다. 향후 성장경로에는 국내외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의 파급영향,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점차 낮아져 내년 상반기 중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전망이다. 금년 및 내년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비용압력의 파급영향 지속 등으로 8월 전망 수준(3.5%, 2.4%)을 다소 상회하는 3.6%, 2.6%로 예상된다. 근원물가 상승률의 경우 공공요금 인상과 더불어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 추가적인 공급 충격에 따른 일부 제품의 가격인상 움직임 등으로 금년(3.5%)과 내년(2.3%) 중 지난 전망 수준(3.4%, 2.1%)을 다소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2025년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근원물가 상승률이 각각 2.1%, 2.0%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물가경로는 국제유가 및 환율 움직임, 국내외 경기 흐름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8. 한국은행은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개선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물가경로가 당초 전망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와 성장의 하방위험, 가계부채 증가 추이, 주요국의 통화정책 운용,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