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화는 일반인들 사이에 흔히 동전으로 불리워지나 엄밀한 의미에서 모든 주화가 동전은 아니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동전은 구리나 구리의 합금으로 만든 주화를 통칭하는 말 로 정의하고 있어 이를 따를 경우 우리나라의 현용 주화중 구리가 섞이지 않고 100%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1원화는 동전으로 보기 어렵다.
이러한 사전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주화를 “동전”으로 자연스럽게 부르면서도 유독 기념주화의 경우에는 “기념동전”으로 부르는 예를 찾기 힘든 것은 흥미 로운 일이다. 아마도 기념주화의 주소재가 금, 은 등 귀금속인 경우가 많아 “동전”이라는 용어를 쓰면 그 가치가 손상된다는 느낌을 갖게 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최초의 주화인 고려시대 건원중보를 비롯하여 주화 모양을 원형으로 사용하여 온 우리 민족에게는 둥근 주화의 모양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그러해야 한다는 관념도 강한 것 같다. 어디서 이러한 원형에 대한 생각이 나왔을까. 기원전 3세기 중국의 진시황제가 화폐의 디자인을 겉은 둥글고 구멍은 네모난 원형 방공(圓形方孔)으로 통일하였다는 기록 등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으나 보다 직접적인 내용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최초의 동전이라 할 수 있는 고려 해동통보에서 그 고유한 철학적 배경을 엿볼 수 있다. 고려 숙종때 (1097년) 의천은 왕에게 동전을 만들어 사용할 것을 건의하면서 그 동전의 모양이 밖은 둥글고 안은 모난 것을 지칭하여 둥근 것은 하늘이고 모난 것은 땅이니 하늘이 만물을 덮고 땅이 그 만물을 지탱하여 가치가 없어지지 않게 함이라고 전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4각형인 영국령 저지섬의 1파운드, 7각형인 영국의 20펜스, 11각형인 캐나다의 1달러, 12각형인 이스라엘의 5쉐 캐림 주화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다각형의 모양을 하는 경우도 드물지는 않지만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주화가 나오더라 도 그 모양을 원형에서 벗어나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원형의 형태에 우리의 철학적 사고가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이미 원형의 주화를 사용하도록 제작된 많은 자동판매기 등의 부품교체에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