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인 경제활동 재개 과정에서 수요가 크게 늘어난 반면, 생산차질, 물류지연 등으로 공급부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하반기 국내 제조업 재고는 오히려 빠르게 늘어났다. 최근 경기 선행종합지수의 하락도 이러한 재고 증가에 상당부분 기인한다는 점에서 정확한 경기판단을 위해서는 재고 증가의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국내 재고 증가는 공급측 및 감염병 요인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글로벌 반도체 생산차질에 따른 자동차 등 최종재 생산 둔화로 여타 중간재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국내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차량용 부품 등의 재고가 늘어났다. 또한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철강, 화학제품 등의 단가가 높아지면서 이들 품목의 출하가 부진하였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3/4분기 이후 감염병 확산세 심화로 경제주체의 이동량이 줄어들면서 연료 판매가 둔화되었으며, 그 결과 석유제품 재고가 증가하기도 하였다. 이를 감안할 때, 최근 재고 증가는 향후 제조업 경기의 둔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전세계적으로 공급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재고가 늘어난 데에는 중간재 생산 비중이 큰 우리 경제의 산업구조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는 우리 경제와 산업구조가 비교적 유사한 일본에서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제조업 재고가 늘어난 점에서 잘 나타난다. 이와 달리 미국, 독일 등에서는 글로벌 공급부족의 영향으로 제조업 재고가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글로벌 생산차질 및 원자재가격 상승세가 완화되고 감염병 상황이 개선될 경우 반도체, 차량용 부품 등 중간재 출하가 되살아나면서 국내 제조업 재고 흐름이 점차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기회복 과정에서 주요국을 중심으로 재고를 정상 수준으로까지 재축적(restocking)하려는 수요가 나타날 경우, 이는 우리나라의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글로벌 공급차질의 해소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재고 변화와 관련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또한 금번 위기를 계기로 기업들이 생산관리를 적시생산(just-in-time) 방식에서 예비용 생산(just-in-case)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재고가 구조적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우리 경제의 성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향후 재고 변화를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