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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같은 미국경제: 이렇게 이해하자

등록일
2023.04.17
조회수
14208
키워드
담당부서
조사국 조사총괄팀
저자
차장 송병호, 과장 김찬우, 조사역 진형태

최근 미국경제는 많은 전문가들이나 경제학의 대가도 이해하기 어렵다고[1] 할 만큼 수수께끼 같은 모습을 보여왔다. 금리 인상의 파급영향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예상에 비해 실물경제는 양호한 흐름을 나타내었고 물가도 기대보다 더디게 둔화되었다. 이러한 와중에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중소형 은행發 금융불안이 나타나면서 향후 미국 경제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한층 확대되었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도 연준과 시장기대 사이의 간극이 크게 벌어진 상황이다.

이처럼 가파른 금리인상[2]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가 왜 양호한 모습을 보여왔는지, 실물경제가 양호함에도 금융불안은 왜 발생했는지, 이 같은 상황이 향후 국내외 경제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 살펴보았다[3].


금융여건이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고, 민간부문도 과거보다 금리상승에 덜 민감


연준이 1980년대초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해 왔지만 풍부한 유동성 상황과 확장적 재정기조로 인해 금융여건이 충분히 긴축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준의 자산은 양적긴축(Quantitative Tightening)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고인 8.9조달러에서 소폭 축소된 8.5조달러(23.3월) 수준이며, 통화량(M2) 역시 팬데믹 이전 추세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또한 과거 통화긴축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확장적인 재정기조 하에서 금리인상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도 금리인상의 효과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판단된다(Kohn, 2022 등).

그림 1. 미국 통화량 및 연준 자산1)


주: 1) 파란색 점선은 선형 추세,

   황색 점선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의미

자료: FED

그림 2. 미국 재정수지


주: 1) 음영은 금리인상기 의미

자료: 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



민간 경제주체에 대한 금리인상의 효과도 과거보다 줄어들었거나 파급 시차가 길어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이후 가계 모기지 대출과 기업의 회사채 발행에서 차지하는 고정금리 비중이 크게 확대되었다. 이에 따라 시중금리가 상승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기존 차입자들의 이자부담이 크게 늘어나지 않아 금리인상의 영향이 약화되었을 가능성이 있다(ECB, 2022 등)[4]. 팬데믹 동안 쌓인 초과저축도 지난해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있으나 여전히 상당규모가 소진되지 않아 금리인상 충격을 완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시장의 경우에도 서비스업의 회복으로 초과수요가 지속되고 있다. 해고보다는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5]으로 인력을 운영하는 기업이 늘어난 점도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고용이 양호한 모습을 나타내는 배경이 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리스크와 금융불안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


그 결과 미국경제는 소비를 중심으로 양호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금리상승에도 불구하고 가계의 이자부담이 크게 늘어나지 않았고, 고용 증가와 임금 상승으로 가계소득이 안정된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민간 경제주체의 실질적인 이자부담이 크게 확대되기 전까지는 앞으로도 미국 경기는 양호한 흐름을 보일 수 있으며, 더불어 물가상승 압력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은행, 부동산 등 금리에 민감한 부문에서는 금리인상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그간의 금리인상 리스크를 채무자인 가계와 기업보다는 채권자인 금융기관들이 주로 부담하면서 취약성이 누적되어 온 것으로 평가된다.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불안도 리스크 관리에 취약한 중소형 은행에서 문제가 먼저 불거진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림 3. 모기지 및 회사채 고정금리 비중


자료: SIFMA, Mortgage Bankers Association 등

그림 4. 가계 초과저축


자료: Bilbiie et al.(2021) 원용하여 조사국 자체추정



금융불안 전개양상, 국내 금융∙경제에 대한 파급영향 면밀히 점검 필요


SVB파산으로 촉발된 금융불안은 신속한 정책대응에 힘입어 비교적 잘 통제되고 있지만 향후 전개양상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높다. 특히 보유자산의 가치가 하락한 중소형 은행과 상업용 부동산 등을 중심으로 취약성이 잠재해 있기 때문에 시장의 불안심리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그림 5. 은행 예금 및 MMF 증감률 추이


자료: 미 연준

그림 6. 은행규모·대출종류별 대출액1)


주: 1) 대출 규모는 23.2월 기준

자료: 미 연준


이 같은 금융불안은 미국 경제의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형 은행들은 예금이탈과 감독당국의 규제 강화로 인해 대출 규모를 줄여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은행의 신용 축소는 높은 금리수준에 더해져 향후 미국경제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소형 은행을 중심으로 한 신용 축소는 금년중 미국 성장률을 0.2%p 가량 낮출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불안이 심화되어 신용이 더 크게 위축되고 불안심리도 여타부문으로 전이될 경우에는 하락 효과는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금융불안이 상당부분 해소되면서 오히려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연준의 긴축기조가 다시 강화될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도 미국 성장률이 0.2%p 낮아지고 주요국들도 동반하여 긴축기조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미국의 성장률 하락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및 국내 성장에도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금융불안이 확산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연준이 긴축기조를 재강화하는 경우에도 우리 성장 및 물가, 외환·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잘 점검하고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1] Summers도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가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최근 미국의 경제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내가 기억하는 한 가장 어렵다(“It's as difficult an economy to read as I can remember")고 발언하였다. (Bloomberg TV, 2.4일)

[2] 미국 통화긴축기 금리인상 속도(월평균 인상폭): 80.8월~80.12월 +241bp, 93.5월~95.3월 +14bp, 04.1월~06.9월 +13bp, 22.3월~23.3월 +37bp

[3] 자세한 내용은 「금리인상 이후의 미국 경제상황 평가 및 시사점」(한국은행 이슈노트 2023-10호)을 참조하기 바란다.

[4] 가계·기업에서 줄어든 리스크는 금융기관, 채권투자자 등에 전가되어 이들의 취약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가계·기업도 신규 차입 및 재융자시 금리 상승으로 채무부담이 점차 확대될 것이다.

[5] 이러한 현상은 노동공급 측면에서도 단축근무를 선호하는 여성과 청년 노동자의 경제활동 참여율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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