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경기가 점차 개선되는 반면 국제유가는 당초 예상보다 상승
지난 8월 전망 이후 주요 여건변화를 보면, 예상보다 개선된 요인과 부진한 요인이 함께 나타났다. 먼저 미국은 견조한 노동시장과 소비[1]에 힘입어 하반기 들어서도 높은 성장세가 지속되었으며, 앞으로 고금리의 영향[2]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겠으나 당초 예상보다는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경기도 AI 관련 수요 호조와 주요 기업들의 감산효과 가시화에 힘입어 현물가격이 반등하는 등 점차 개선되고 있다.
반면 최근 국제유가가 주요 산유국 감산에 더해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에 따른 공급차질 우려로 예상보다 크게 상승한 점[3]은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유로지역은 고금리·고물가 영향 등으로 성장세가 미약한 모습이며, 중국경제도 정부의 부양조치로 부진이 다소 완화되었으나 부동산경기 위축이 회복세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림 1. 반도체 현물가격1)
주: 1) DDR4는 8GB, NAND는 MLC 128GB 기준
자료: DRAMeXchange
그림 2. 국제유가
자료: Bloomberg
국내경기는 완만한 개선흐름 지속
이러한 대내외 여건하에서 국내경기는 당초 예상대로 완만한 개선흐름이 이어졌다. 최근 소비가 취업자수 증가세 지속[4]에도 불구하고 가계원리금 상환부담 증대 등으로 더딘 회복세를 보였지만 수출이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감소폭이 축소되면서 부진이 완화되었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IT경기 개선흐름이 이어지면서 수출 및 제조업을 중심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주요국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 등으로 향후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림 3. 재화소비1) 및 서비스소비2)
주: 1) 소매판매(실질) 기준
2) 서비스업 생산지수 기준 대면서비스업(숙박· 음식, 예술·스포츠·여가, 교육, 운수·창고업)
자료: 통계청, 조사국 시산
그림 4. 주요 품목별 수출증감률
자료: 관세청
향후 물가경로의 상방리스크 확대
9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석유류가격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 가운데 유가와 농산물가격[5]이 전월에 이어 상당폭 오르면서 지난 8월 전망경로를 다소 웃도는 3.7%로 높아졌다. 그러나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과 일반인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은 3.3% 수준을 유지하였다.
향후 물가흐름을 보면, 근원물가 상승률이 수요측 압력 약화 등으로 점차 낮아지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둔화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6]. 다만 높아진 국제유가와 환율의 파급영향, 최근 중동사태의 영향 등을 감안할 때, 둔화 속도는 당초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보인다[7].
그림 5. 소비자물가 상승률 및 기여도
주: 1) 근원품목 제외
자료: 통계청, 한국은행
그림 6. 근원물가 상승률1)
주: 1) 점선은 2016-19년중 평균, 음영은 범위
자료: 통계청, 한국은행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로 전망경로의 불확실성 한층 높아져
종합해 보면, 국내경제는 IT경기 반등 등에 따른 수출 개선에 힘입어 완만한 성장세가 이어지겠으나 물가는 국제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상방리스크가 높아졌다. 다만 주요국 통화긴축 기조, 중국경제 향방 등에 더해 최근 중동사태가 가세하면서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진 만큼, 향후 리스크의 전개 양상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성장 및 물가에 대한 영향을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
[1] 미국 소비 호조의 배경과 향후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해외경제 포커스 2023-12호 를 참고하기 바란다.
[2] 최근 미국채금리(10년물)는 긴축기조 장기화 기대, 국채 발행확대 등으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5.02%, 10.23일 장중)으로 상승하였다.
[3] 국제유가(브렌트유 기준)는 주요 산유국 감산 등으로 3/4분기 중 30% 정도 가파르게 상승하였으며 이후 다소 조정되었으나 최근 중동사태로 재차 높아진 상황이다.
[4] 팬데믹 이후 양호한 고용흐름에 대한 분석은 BOK 이슈노트 제2023-27호「팬데믹과 Job-rich recovery」를 참고하기 바란다.
[5] 여름철 폭우·폭염 등 기상여건 악화의 영향으로 하반기 들어 채소·과일 등 농산물가격이 크게 올랐다.
[6] 다만 최근 OPEC+ 감산, 중동사태 등으로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지속하거나 과일·채소를 중심으로 크게 상승한 농산물가격이 예년과 달리 계절적으로 안정되지 않는다면 둔화흐름 재개 시점이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7] 우리나라, 미국 및 유로지역의 인플레이션 둔화흐름 현황 및 평가는 BOK 이슈노트 제2023-28호 「주요국 디스인플레이션 현황 및 평가」(10.30일 발간)를 참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