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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외국인 채권투자자금 유출 배경과 평가

등록일
2023.03.03
조회수
16040
키워드
담당부서
국제국
저자
자본이동분석팀 과장 손승화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이하 ‘채권자금’)은 주식투자자금과 함께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금공급의 주요 원천이 되며 동시에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를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출입은 국내 금융자산 가격과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시장참가자의 관심 대상이기도 하다. 외국인의 채권자금 잔액은 2023년 1월말 현재 222조원(약 1,800억달러)으로 이들이 주로 투자하는 국고채, 통안증권 등 주요 채권 발행잔액의 9.4%를 차지하고 있다. 참고로 외국인의 주식투자자금 잔액은 약 636조원(약 5,170억달러)으로 국내증시 시가총액의 26.9%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 채권자금은 2020~21년중 대규모 유입된 이후 지난해에도 연중 대체로 순유입되는 모습이었으나 12월부터 해외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큰 폭의 순유출을 나타내었다. 채권자금 순유출 규모는 지난해 12월 -27.3억달러에 이어 금년 1월에는 -52.9억달러로 확대되어 월간기준으로 역대 최대치[1]를 기록하였다. 이하에서는 최근 외국인 채권자금 순유출이 크게 증가한 배경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시사점을 도출해 보았다.

그림 1. 외국인 증권자금 유출입


자료: 코스콤


외국인 채권투자자는 다양한 투자유인을 고려


일반적으로 외국인 채권투자자는 투자대상국의 금리, 경제성장 전망 및 환율 기대, 차익거래유인[2], 글로벌 위험선호 정도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여 해당국 채권투자를 결정한다. 한 걸음 더 들어가서 보면 투자자금 성격과 투자 목적에 따라 여러 주체가 있으며 이들은 각각 다른 투자패턴을 나타낸다.

우선 외국인 채권투자자는 크게 공공기관과 민간기관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공공기관은 중앙은행, 국부펀드, 국제기구 등이, 민간기관에는 상업은행, 투자회사, 증권회사 등이 포함된다. 공공기관은 대체로 중장기투자자로서 글로벌 분산투자 차원에서 여러 국가에 골고루 투자하는 경향[3]이 있다. 반면 민간기관은 성장 및 환율 전망, 차익거래유인, 위험선호 정도 등에 따라 활발하게 채권을 매매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인 채권자금중 공공기관 자금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


내외금리차가 외국인 투자행태에 미친 영향은 뚜렷하지 않아


지난해 각국 중앙은행은 높아진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금리를 빠르게 인상하였다. 특히 미국 연준은 유례없이 급격히 금리를 인상하였고 이에 따라 한-미간 금리가 역전되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금리역전이 최근 채권자금 유출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먼저 한-미간 금리역전은 이미 작년 7월부터 발생하였으며 그 격차가 최대 1.0∼1.25%p에서 변화해 왔다. 이 기간중 채권자금이 일시 순유출되기도 하였으나 민간자금을 중심으로 대체로 순유입되었고 12월 들어서야 유출 규모가 확대되었다. 과거 1999년 이후 한-미간 금리 역전기에도 채권자금은 대체로 순유입된 바 있다. 더욱이 최근 채권자금 유출을 주도하고 있는 주체는 공공부문인데 이들은 대체로 중장기 투자자로서 단기간의 금리차에 덜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 2. 금리역전 기간 중 외국인 증권자금 유출입1)


주: 1) 국제수지통계 기준, 단 23.1월은 코스콤 기준

자료: 한국은행, 코스콤

흥미로운 점은 외국인이 현물 채권시장에서는 상당 규모 순매도하였으나 국채 선물시장에서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순매수하였다는 점이다. 국채선물 거래에 참여하는 외국인은 주로 헤지펀드 등 단기투자자로서 채권금리 하락이나 상승 전망을 바탕으로 순매수 또는 순매도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 이들 외에도 일부 외국 공공기관의 경우 국채선물을 순매수하여 투자비중을 유지[4]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들 외국인은 1월중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완화 기대 등으로 국내 채권금리 하락 기대가 형성되며 국채선물 순매수를 크게 늘린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러한 선물투자자의 행태는 단기적으로 내외금리차보다는 향후 금리의 향방이 채권투자에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그림 3. 외국인 국채선물 순매수 및 국고채 금리


자료: 코스콤, 금융투자협회


해외 공공기관의 투자여력이 준 데다
국내 금융·외환시장 상황도 채권자금 유출요인으로 작용


다음으로 최근 외국인 채권자금 유출요인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해 미 연준의 가파른 정책금리 인상으로 미달러화가 큰 폭의 강세를 보이고 글로벌 주가와 채권가격이 크게 하락하였다. 이러한 영향으로 주요국의 외환보유액이 상당 규모 감소하였으며 일부 국부펀드도 큰 폭의 손실을 기록하였다. 이에 따라 이들 해외 중앙은행과 국부펀드가 우리나라 채권투자 자금 중 일부를 회수한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일부 공공기관은 연초 포트폴리오 조정과정에서 중국의 리오프닝 등을 반영하여 국가별 투자비중 조정을 실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 채권투자자 중 일부는 보유한 미달러화를 담보로 외환스왑시장에서 원화를 빌려 국고채, 통안증권 등에 투자한다. 이때 수익은 “원화채권 금리 – 스왑시장을 통한 원화차입비용(= 미달러화 금리 + 스왑레이트[5])”이 되는데 이를 차익거래유인이라고 한다. 최근 스왑시장에서 미달러화 유동성이 양호한 모습을 지속함에 따라 차익거래유인이 크게 축소되었으며 3개월 등 일부 만기의 경우 2022년 12월~2023년 1월중 마이너스(-)를 나타내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스왑시장에서 원화를 빌려 투자하던 해외 공공 및 민간기관들이 국고채와 통안증권을 상당 규모 매도하였다.

그림 4. 전세계 외환보유액


자료: IMF




그림 5. 차익거래유인1)


주: 1) 내외금리차(통안증권금리(3개월)-USD Libor 금리(3개월))-스왑레이트(3개월), 월중평균

자료: 한국은행


또한 지난해 11월 이후 주요국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종료되고 나아가 경기둔화에 대응하여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가 강화되었다. 이에 따라 여러 나라의 채권금리가 하락하고 통화가치가 절상되었는데 우리나라는 그 폭이 여타 국가에 비해 더 크게 나타났다. 큰 폭의 국내 채권금리 하락(채권가격 상승)과 원화가치 절상(미달러화 환전시 수익 증가)은 중도매각 성향이 높은 채권투자자들의 차익실현 매도를 증가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그림 6. 22.11~23.1월중 주요국 환율·금리 변동


자료: Bloomberg

2월 들어서는 해외 공공기관 채권자금의 유출세가 꺾이고 민간기관 자금은 순유입으로 전환되면서 전체 채권자금 유출규모가 크게 둔화되는 모습이다. 이를 보면 해외 공공기관의 연초 포트폴리오 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가고 있으며, 차익거래유인이 다시 확대되면서 동 거래를 통한 수익을 추구하는 일부 공공 및 민간기관의 국내채권 투자가 재개된 것으로 짐작된다.


대외건전성을 유지하며 외국인자금 흐름을 계속 지켜볼 필요


요약하자면 최근 해외 공공기관 채권자금 순유출은 한-미간 금리역전 외에 공공기관 투자여력 약화, 신흥국 포트폴리오 조정, 차익거래유인 축소, 원화 강세 및 채권금리 하락에 따른 단기차익 실현 등 다른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민간기관의 경우 스왑거래를 활용한 차익거래 등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은행이 차익거래유인 축소에 영향받으며 상당 규모의 순유출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채권자금의 유출입을 결정하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며 앞으로도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정책, 국제금융시장 여건, 국내 금융·경제 상황, 투자자의 투자전략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울러 지난해 말부터 나타난 채권자금의 높은 변동성은 그만큼 글로벌 물가 및 성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글로벌 자금흐름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우리 경제의 대외건전성 유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1] 외국인 채권자금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4월 이후 기준이며 종전 순유출 규모 최대치는 2010년 12월 –51.8억달러이다.

[2] 외국인 투자자가 미달러화를 차입한 후 스왑시장에서 원화로 바꾸고 이를 다시 원화채권에 투자하는 경우 환율변동 리스크 없이 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 이를 차익거래라고 한다. 이때 수익은 “원화채권 금리-스왑시장을 통한 원화차입비용(=미달러화 금리+스왑레이트)”이 되는데 이를 차익거래유인이라고 한다. 차익거래유인이 확대될 경우 차익거래 획득을 위한 국내채권 매입도 늘어난다.

[3] 공공기관 중 국부펀드는 상대적으로 수익추구성향이 강해 주식 등 위험자산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채권투자 시에도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중도매각과 재투자 등을 활발히 한다. 아울러 국제기구는 회원국들로부터 위탁받은 자금을 운용하는 만큼 주로 단기채권을 매입하고 차익거래유인에 민감한 편이다.

[4] 글로벌 채권투자자들은 국제채권지수의 국가별 투자비중과 평균채권만기를 추종하는 경향이 있는데, 국채선물을 순매수하면 투자자금 부담을 줄이며 현물채권 보유와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다.

[5] 스왑레이트는 현물환율 대비 선물환율과 현물환율의 차이(=(선물환율-현물환율)/현물환율)를 연율(%)로 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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