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독일과 호주의 지폐는 이러한 차별에 예외가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먼저, 비록 2002년 유로화폐의 도입과 더불어 자취를 감출 것이지만 독일 마르크 지폐는 총 8개 권종중 정확히 4개 권종에 낭만주의 여류작가인 폰 아르님(5마르크), 사실주의 여류시인 드로스테 휠스호프(20마르크), 피아니스트 클라라 슈만(100마르크), 과학자겸 화가인 마리아 메리안(500마르크)의 여성 인물초상이 소재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호주 달러 지폐는 앞면에 여성의 인물초상이 있으면 반드시 뒷면에는 남성의 인물초상이 들어 있으며(5달러, 20달러, 100달러) 반대로 앞면에 남성의 인물초상이 있으면 뒷면에는 여성의 인물초상을 안배하는(10달러, 50달러) 평등을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난 천년은 남자들의 것이었다" 는 주장에 이의를 달지 않더라도 이제 새로운 천년에는 변화된 여성의 위상만큼이나 여성의 인물초상이 화폐도안에 자주 등장할 것이라고 본다면 너무 성급한 판단일까.
<이정욱 / 한국은행 조사역> |